당초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 예상됐으나
업계선 발행어음 등 시장 연쇄적 영향 우려도
금감원 관계자 "'원칙' 중심 판단 예상"
여의도 증권가 고층 빌딩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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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이 채권형 랩·신탁계좌 돌려막기가 적발된 증권사 7곳에 대한 적정 제재 수위를 두고 고심 중이다. 당초 중징계가 예상됐으나 당국 내부에서도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만기 불일치에 따른 불법 자전거래 관행이 채권형 랩·신탁 외에도 발행어음까지 전반에 걸쳐 있어 중징계 처분을 내리는 데 따른 부담이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채권형 랩·신탁 계좌 돌려막기가 적발된 증권사 7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교보·유진투자·유안타·SK증권)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했다. 지난 9월12일에 이어 두 번째 회의로 각사의 소명 과정에서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이들 7개사는 고객 계좌의 손실을 다른 고객 계좌로 전가시키는 불법 자전거래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7사의 제재 결과는 일시에 발표될 예정이며 발표 시점은 미정이다. 시장에선 연내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제재심에서 중징계로 확정될 경우 금융위원회 증선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
증권업계의 관심사는 제재 수위다. 금감원은 지난 9월 중순 증권사들에 일부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담긴 사전통지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직접투자(PI) 자금까지 활용된 곳은 CEO의 의사결정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CEO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팽배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 6월 말 제재심을 열고 자전거래 규모가 큰 2곳인 KB증권과 하나증권에 3개월간 일부 영업정지 제재와 랩·신탁 운용 담당 임직원 중징계를 확정했다. 이홍구 KB증권 대표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처를 받았다. KB증권이 증권사 고유자산을 이용해 고객 투자 손실을 보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CEO도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징계 수위는 중징계에서 제재심을 거치면서 경징계로 낮아졌다.
KB증권을 포함한 일부 증권사는 만기 불일치로 고객에게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자 고유 자산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유 자산으로 자사 펀드에 가입해 이 펀드로 고객 랩·신탁에 편입된 기업어음(CP)을 고가에 매입해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CEO가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발행어음 만기 불일치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이번 제재가 중징계로 갈 경우 향후 시장에 미칠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국내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38조원에 달한다. 작년 6월 자본시장연구원 정책 세미나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발행어음 관련 기업금융 자산구성에서 만기 1년을 초과하는 상품 비중은 최대 90%에 육박했다. 대출 상품군에서 만기가 1년을 넘긴 사례는 87.5%였다. 사모사채(83.8%)와 회사채(83.6%), 수익증권(70.5%), 기업어음(29%)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업계 관행이라곤 해도 불법 소지가 다분하고 향후 시장에 미칠 충격이 있다고 해서 이를 제재 단계에서 고민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원칙적으로 하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충분히 고민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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