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송창진 수사2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4개의 수사부서 중 3곳의 부장검사가 공석 상태가 된다. 공수처는 평검사 채용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절대적인 인력 공백에 수사 지휘부 공백까지 겹쳐 수사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송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냈다. 검찰 출신으로 지난해 2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됐던 그의 임기는 2026년 2월까지였다. 송 부장검사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공수처 검사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14명만 남는다. 정원(25명)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규모다. 특히 수사 책임자인 부장급 검사는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대환 수사4부장과 차정현 수사기획관 두 명이 전부다. 김선규 전 수사1부장은 변호사 시절 기소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 받으며 올해 5월 퇴임했고, 박석일 전 수사3부장도 일신상의 사유로 지난달 사직했다. 수사1부에는 평검사도 없는 상태다.
공수처 인력 공백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 지체’ 탓도 크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지난 9월 신규 채용을 결정한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임명안을 아직 재가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재가 권한을 활용해 공수처를 위축시키는 듯한 행태를 보이면서 공수처 검사의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으로 3회까지 연임(최장 12년)할 수 있는데, 연임 심사와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본인이 연루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사건과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담당자 등 검사 4명의 연임을 임기 만료 이틀 전인 지난달 25일에야 늑장 재가했다.
수사 인력 부족은 공수처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데, 수사 책임자들까지 줄줄이 사직하면서 주요 사건 수사에 일제히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송 부장검사가 이끌던 수사2부는 명품 가방 등을 받은 김건희 여사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 중이었고 최근엔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수사 자료 일부를 넘겨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주임검사인 김상천 검사도 퇴직한 상황이라 공수처는 사건 재배당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하반기 채용 인원을 늘려 인력을 보강하겠단 계획이다. 기존 채용 공고에선 부장검사 3명에 평검사 4명이었으나, 평검사를 한 명 더 늘려 1일 재공고를 냈다. 그러나 채용 절차와 사건 인수인계 등 추후 일정을 고려하면 당분간 주요 수사에 속도를 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주요 사건을 수사 중인 부서에 수사관 인력을 보강하는 등 내부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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