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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다자 연애’ 대학생 실명∙얼굴 공개한 목사, 벌금형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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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내밀한 사적 영역 공개, 중대한 인격권 침해”

조선일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2020년 1월 30일 성소수자∙다자 연애 관련 강연을 개최했다는 이유로 한동대에서 무기정학을 받은 A씨가 낸 무기정학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선고 이후 '한동대 학생 부당징계 공동대책위원회'가 법원 앞에서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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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 간 연애)’를 하는 대학생의 실명∙얼굴을 온라인 블로그에 공개하며 비판한 목사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서모 목사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다자 간 연애’는 연애 대상을 한 명으로 제한하지 않고, 동시에 여러 사람과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견해 혹은 정체성을 의미한다. 남성 A씨는 2017~2018년 개신교계 대학인 한동대에 재학하며 폴리아모리 관련 활동가 여성 B씨, 다른 남성과 함께 다자 연애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다 A씨가 2017년 12월, 2018년 2월 한동대에서 두 차례 성소수자∙다자 연애 관련 강연을 개최하자, 대학 측은 A씨에게 무기징학 처분을 내렸다. 개신교 이념과 반대되는 강연을 진행하고 다자 연애를 한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후 A씨가 불복해 낸 소송에서 법원은 “징계는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당시 교계를 중심으로 다자 연애 논란이 불거지자, 서 목사는 2018년 1월 자신이 이끄는 기독교 단체 블로그에 ‘폴리아모리 생활하는 B씨의 글을 읽어보니’라는 글을 올렸다. 서 목사는 A씨와 B씨의 실명, A씨가 등장한 언론 인터뷰 영상 등을 인용하면서 “A씨는 자신을 ‘성적으로 문란한 자’라고 비난하는 주변 사람들과 학교를 향한 원망만을 늘어놓는다” “소수의 행동이라고 보호받는 건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왜 소문이 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검찰은 “서 목사는 A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폴리아모리의 삶을 산다는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했다. 서 목사는 A씨가 다자 연애를 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서 목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이 사건 게시글은 A씨가 폴리아모리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스스로 폴리아모리 삶을 살고 있다고 적극 밝혀 논란에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서 목사의 글이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거나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인 A씨가 다자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이를 알리고 싶어 하지도 않던 상황에서 서 목사가 강제로 성적 지향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널리 알려진 공적 인물로 볼 수 없는 A씨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다자 연애) 사실을 실명, 얼굴 사진 등과 함께 공개했다”며 “이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목사는 공익에 관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A씨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작성∙게시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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