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시장 "현장서 직접 들어보니 상상 이상…공포 분위기"
9월말부터는 대남 확성기 방송 밤낮없이 이어져
소음 규제 기준치인 65㏈보다 높은 70~80㏈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 31일 대성동마을을 찾아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파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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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파주시장이 대성동 마을을 찾아 대남확성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살폈다.
1일 파주시에 따르면 김경일 시장은 지난 31일 대성동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의 피해 실상을 확인하고 피해 경감을 위한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대성동 마을은 남북 간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로 북한의 최전방 마을인 기정동 마을과는 거리가 채 500m도 되지 않아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일 시장을 비롯해 10명의 파주시 관계자들이 JSA 통문을 거쳐 민통선 내부로 접근해 들어가자 대남확성기 소음이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로 다가갈수록 소음이 강해져 이내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어질 정도였다.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여우, 들개, 까마귀 같은 동물의 울음소리, 귀신 곡소리, 쇳덩이를 긁는 듯한 기계음 등 온갖 기괴한 소음들이 뒤섞여 공포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김경일 시장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아주 소름 끼치는 소리"라며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니 소음 수준도 상상 이상으로 주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을지… 절절한 그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시 접경지역 일대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말부터였다. 7월 18일 우리 군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도 이에 맞서 대북확성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4~5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대남방송은 점점 저 시간을 늘려가다 지난 9월 28일부터는 24시간으로 길어지며 벌써 33일째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다. 소음 강도도 급격히 높아지면서 135명의 주민 대부분이 밤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 부족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7일 파주시 안전총괄과 소속 공무원들이 현장을 찾아 소음을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법상 소음 규제 기준치인 65㏈보다 훨씬 높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로나 철로 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맞먹는 수치로,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민들은 그 후로도 소음 강도가 점점 세져 최근에는 115㏈의 수치가 확인됐고, 심할 때는 135㏈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소음 기준에 따르면 120㏈은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내는 굉음과 같은 수준이고 130㏈은 고통을 느끼는 한계 수치라고 한다. ”제발 좀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절박한 호소는 더 견디기 힘든 한계 상황에서 내지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에 다름이 아니었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대부분 마을 주변 논밭을 일구며 사는 농민들이라 소음방송을 피해 떠날 수도 없다. 피해 경감을 위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대성동 마을에서 평생 토박이로 살아온 김진수(70) 씨는 ”마을 옆 논밭에서 농사일해서 먹고 사는 처지라 잠시도 마을을 떠나 있을 수가 없어 너무나 고통스럽다. 밤에는 조용히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게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앞서 지난달 11일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이어 18일에도 임진각 재난대피소에서 긴급 이동시장실을 개최해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청취하고, 실질적 피해 경감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가 발표한 피해 대책에는 방음창과 주민 쉼터 설치, 임시 숙소 마련 등 이동시장실을 통해 취합한 주민 건의 대부분이 포함됐다.
당면한 소음피해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조치도 중요하지만, 올여름부터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려 접경지역 주민 피해를 키우고 있는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시장의 방문 소식을 듣고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북한 사람들 인권도 중요하고, 저 사람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당장 죽고 사는 문제다. 죽어가는 우리 국민들 살리는 게 먼저 아닌가. 우리 정부는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무대책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김동구(55) 이장은 ”요즘 비무장지대 쪽 긴장감이 엄청나다. 풍선 하나만 더 보태도 금방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러다 국지전이라도 터지면 우리 마을 사람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경일 시장은 “일부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가 갈등을 부추기는 불씨가 되고 있다. 이 불씨가 큰불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력히 촉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경일 시장은 또 최근 파주시가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설정되어 경기도 특벌사법경찰단과의 공조체제가 갖춰진 만큼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현장 대응을 위해 파주시와 피해지역 주민단체도 핫라인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며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감시와 대응을 강화하는 데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파주=이종구 기자 9155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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