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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식칼을 못 쓰게 한 원한이 서렸다고? '중국 5대 명품 국수' 도삭면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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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칼 없이 만든 칼국수, 도삭면(刀削麵)에 담긴 별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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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도삭면(刀削麵)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중국 국수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국수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국수, 꽤나 유명하다. 누가 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른바 5대 명품 국수 중 하나로 꼽힌다. 북경 짜장면, 사천 딴딴면, 광동 이부면(伊府麵), 무한 열간면(熱干麵)과 함께 산서(山西) 도삭면이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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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삭면(刀削麵).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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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삭면은 칼 도(刀) 깎을 삭(削) 국수 면(麵)자를 써서 도삭면인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칼국수의 한 종류다. 그런데 이 도삭면,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먼저 만드는 법이다. 베개만 한 밀가루 반죽을 한 손과 어깨에 끼고 다른 손에 든 쇳조각으로 감자 껍질 벗기듯 반죽을 쳐내면 밀가루 조각이 끓는 육수 속으로 떨어지면서 바로 국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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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삭면 만드는 법.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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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지에서 도삭면 삶는 모습을 보면 마치 서커스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산시성 성도인 태원(太原)에서는 도삭면 만들기 경연대회도 열린다. 가장 빠른 사람이 1분에 118번을 쳐냈다고 하니 초당 두 번씩 칼질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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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삭면을 만들고 있는 셰프.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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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삭면은 음식문화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초기 형태의 국수와 닮은 꼴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에서 만두를 비롯한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는 3세기 진(晉)나라 무렵이다. 도삭면의 본고장인 산서성은 진나라의 주요 활동 무대였고 옛날 서역에서 밀이 전해진 경로 중 한 곳이었으며 동시에 밀의 주 재배지였다. 동시에 국수의 발달은 칼로 반죽을 잘라내는 것에서 시작됐으니 그런 면에서 도삭면은 국수 발달의 초기 모델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입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도삭면의 유래설이다. 중국에서 전해지는 속설로 도삭면은 초기 형태의 국수가 아니라 12세기 무렵의 원나라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칭기즈칸의 후손인 몽골인들이 중원을 점령하면서 세운 나라가 원나라다. 소수 민족인 몽골 지배층은 다수의 한족들이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 집집마다 갖고 있는 쇠붙이를 모두 거두어들였다. 무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심지어 부엌에서 쓰는 식칼조차도 소유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식칼이 없으면 음식을 만들 수 없으니 대신 열 집이 한 개의 식칼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음식을 다 만들면 식칼을 회수해 몽골 관리에게 맡겨 보관토록 했다. 도삭면은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다.

어느 날 산서성의 한 할머니가 국수를 먹으려고 밀가루 반죽을 했는데 마침 식칼이 없었다. 해서 할아버지에게 옆집에 가서 공동으로 쓰는 식칼을 가져오라고 시켰는데 식칼을 이미 몽골 관리에게 반납하고 난 후였다. 낙담을 한 할아버지가 주머니에 몰래 숨겨 두었던 작은 쇳조각을 꺼내 건네며 이걸로 어떻게든 썰어 보라고 했다. 밀반죽을 썰지 못하면 감자 껍질 벗기듯 벗겨내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렇게 국수를 만들었는데 먹어보니 다른 칼국수와는 식감이 또 다른 맛있는 국수가 됐다. 이후 이 국수가 유행하면서 지금의 도삭면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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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도삭면.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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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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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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