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인공과 비교" 할머니 살해한 20대…법정서 딱 한마디 했다

드라마 주인공과 비교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친할머니를 살해한 20대 손자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사진=김현정 기자

드라마 주인공과 비교한다는 이유로 자기 친할머니를 살해한 20대 손자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1일 뉴스1에 따르면 전날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5년을 구형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 20년을 청구했다.

A씨는 지난 7월 22일 오후 10시께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의 한 주택에서 자기 친할머니 B씨(70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공소장에 적힌 A씨의 범행 이유는 '할머니가 자신을 드라마 주인공과 비교해서'였다.

경찰은 최초 범행 당일 오후 11시께 "흉기를 든 사람이 어슬렁거린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강릉시 청량동 일대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A씨를 체포했다. 당시 A씨는 흉기를 소지한 채 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

이후 약 30분 뒤 "주인집 할머니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세입자의 추가 신고가 들어오자 경찰은 A 씨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 추가 조사 후 구속 송치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친할머니인 피해자를 살해했고,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명을 빼앗겼다"며 "피해를 절대로 회복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사회에서 격리해 똑같은 범행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고 교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5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에서 A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앓고 있는 정신질환 병력을 이유로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파괴적 기분 조절 장애' '주의력 결핍 장애' 등으로 지역 병원에서 입원·외래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후 1년간 치료받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장에 선 A씨는 최후진술에서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이번 재판이 진행되면서 A씨가 범행 이후 체포되기 전 일면식도 없는 행인에게 추가 범행을 저지르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당시 범행 직후 체포를 면탈하고 저항할 목적으로 주방 싱크대에 꽂혀있던 흉기를 챙겨 도주했다. 이후 강릉시 율곡로 일대를 배회하다 행인 C씨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C씨가 도망치면서 무위에 그쳤다. 앞서 저지른 소액 사기 범죄 등도 존속살해 재판과 병합돼 진행 중이다.

이 사건 선고는 오는 11월 2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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