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선정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금같은 상속세율이라면 3대 이상으로 내려가면 간판을 내려야 합니다."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높은 상속세율을 비판했다. 지금의 상속세율이라면 3대가 아니라 바로 다음 세대가 가업을 이어가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든 크든 가업을 아들이나 딸에게 물려주는 것이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국민연금이나 사모펀드, 때로는 기획재정부(상속세 물납주식의 주인)가 대주주로서 역할을 하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도 예상된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면 기대가 크지 않다. 기업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는 있겠지만 기업이 가진 정신을 온전히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최근 경영권을 두고 오너들과 경쟁을 벌인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시각도 차갑기만 하다.
국민연금이나 정부도 창업정신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특히 정부가 회사의 주인이 되면 그 회사는 공기업일 뿐이다. 공적인 영역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사기업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사기업을 공기업화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바뀔 수밖에 없는 것도 이상적이진 않다. 지금도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회사에선 정권 교체때마다 낙하산 인사 등 인사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2세, 3세 경영이 최선이 아닐 수 있지만 차선이 될 수 있다. 2세, 3세가 창업자 가까이에서 창업정신을 제대로 배웠다면 가업 역시 제대로 이어갈 것이란 믿음이 있다. 2세, 3세가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어깨너머로 배운 부모의 경영철학과 오너로서의 책임감을 무시할 수 없다.
2세, 3세가 회사와 가업을 물려받았다고 하더라도 경영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경영진의 한 명으로 직접 나설 수도 있고 뒤로 물러나 '장기적인 미래'를 그리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회사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에게 팔지 않고 회사를 온전히 물려받았다면 오너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금융권에선 가업을 이어가려는 2세, 3세가 흔하진 않다. 은행은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특정한 오너가 없다. 새로 생긴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정도만 오너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창업자가 경영하고 있으니 아직 가업승계나 2세, 3세 경영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2금융권, 특히 보험회사 중에서는 꽤 많은 회사들이 오너 회사다. 창업자 가족은 아니더라도 옛부터 내려온 상부상조의 정신을 비롯해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생명보험사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모두 오너 회사다. 5대 손해보험사 중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도 오너가 있다.
대부분 회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2세, 3세 경영을 하고 있거나 준비중이다. 우선 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계열 보험사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 그룹을 여러 계열사로 나눠 둘째 아들에게 보험을 비롯해 금융 계열사를 물려주려는 움직임도 있다. 회장으로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직접 경영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회장만 맡고 이사회 의장은 전문 경영인이 맡긴 오너도 있다.
2세, 3세가 회사에서 수업중인 곳도 적지 않다. 직위와 역할은 제각각이다.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디지털이나 해외 등 미래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자리에 따라 배우는 정도도, 보는 시각의 폭도 다르다.
연말 인사시즌이다. 변동성이 커지고 변화도 빨라지면서 인사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오너는 인사를 통해 경영진을 비롯한 임원을 신상필벌해야 한다. 경영 수업중인 2세, 3세에겐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자식이 완벽하지 않다고,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준비된 승계자를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가업승계교육이자 오너의 '책임있는 자세'다.
이학렬 금융부장 tootsi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