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길거리 음주 금지… 하세베 시부야구청장은 왜?
지난 25일 도쿄의 시부야구청에서 만난 하세베 겐 시부야구청장은 "이태원 참사는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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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부야가 핼러윈(10월 31일)을 전후해 과도한 제한을 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아무리 핼러윈이라고 해도, 시부야가 새벽까지 술 마시는 파티 장소가 되는 것을 놔두기보다는 안전을 챙기는 일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요.”
도쿄의 시부야구청 건물에서 만난 하세베 겐(長谷部健·52) 시부야구청장은 최근 “한국의 핼러윈 참사는 너무 슬픈 사건”이라며 “시부야는 (2년 전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에서 교훈을 얻어, 핼러윈 음주 등을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세베 구청장은 “올해도 시부야구는 ‘핼러윈 휴무(일본어는 ‘오야스미’)’”라고도 했다. 핼러윈 시기에는 일본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시부야에 오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일본 핼러윈의 성지’라던 시부야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핼러윈 때 철저한 ‘음주 제한’과 ‘혼잡 대책’을 실시했고 핼러윈을 앞둔 주말과 당일에 사고는 없었다. 올해도 작년과 거의 같은 규모의 경계 인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지난해엔 7000만엔(약 6억3000만원) 이상을 들여, 시부야역 주변 열 곳에 경비 업체 인력 185명과 구청 직원 130여 명을 투입했다. 경찰도 시부야에 기동대를 배치했다.
하세베 구청장은 “지난 10월 1일엔 연중 시부야의 공원과 길거리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조례를 시행했다”고 했다. 시부야구는 또 이른바 ‘핼러윈 주말’인 지난달 26일과 핼로윈 당일인 31일에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에 걸쳐 시부야역 주변 편의점 등에 술 판매를 자숙하도록 요청했다. 지난 30일엔 시부야역에 있는 명소인 ‘명견(名犬) 하치코’ 동상 주변을 2~3m 높이의 흰 천막으로 둘러싸고 봉쇄했다.
-시부야 스스로 ‘핼러윈 성지’임을 포기하기 어렵지 않았나.
“한국 핼러윈 참사를 보면서 사고는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부야역 앞에는 (이태원처럼) 구조상 사람이 몰리면 무척 위험한 지역이 있다. 맥도널드 앞 교차로인데, 넓었던 보도가 갑자기 좁아진다. 한국 핼로윈 참사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핼로윈 때는) 경찰이 기동대를 적극 투입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옆 나라 사건을 보고 즉각 대처한 이유는.
“한국 핼러윈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핼러윈 때마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시부야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시부야구에 있는) 하라주쿠 거리에선 아찔했던 순간도 몇 번 있었다. 소셜미디어에 인기 아이돌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인파가 몰린 것이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당시 병원에 실려 간 사람도 있었다. 구급차도 출동했다. 시부야 거리에서 이런 일이 언제 또다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핼러윈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니 통제하기 더욱 어렵다.”
-일본 젊은이나 상인들 사이에 불만은 없나.
“지역 주민과 상인의 안전과 생활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리에서 무질서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방문객이 즐기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규칙과 매너를 지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핼러윈이라지만 결국엔 (시부야가)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파티 장소가 된 것 아니냐. 다소 위압적으로 느껴져도, 경비를 강화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안전이 훨씬 중요하다.”
-외국인 관광객도 핼러윈 전후로 많이 오지 않나.
“핼러윈 때 70~80%는 외국인이란 느낌이 들 정도다. ‘시부야는 길거리에서 떠들고 술 마셔도 되는 곳’이라고 오해하는 것일까. 시부야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려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이런 점을 당부하고 싶다.”
-시부야구가 길거리 음주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까지 시행한 후 효과는.
“조례는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 후 길거리 음주가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전에는 하루 평균 721건 정도 길거리 음주자를 발견했다면 조례 시행 후엔 217건으로 줄었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시부야역 주변을 열 명이 순찰하고 있다. 주말엔 열여덟 명이 돈다. 외국인들이 거리에서 술을 마시면 경비 인력이 다가가서 음주를 못 하게 요청하기도 한다.”
-아픔을 겪은 이태원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태원을 사랑했던 이가 많으니,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을 딛고 활기를 되찾길 빈다. 부디 힘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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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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