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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핼러윈 인파 몰리자 "멈추지 마세요, 이동하세요"…곳곳 '안전관리'[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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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쯤 되자 인파 몰려… 구청·경찰·소방, 호루라기 불며 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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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10시쯤 핼러윈 데이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진=김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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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마세요. 이동하세요."

핼러윈 데이를 맞은 31일 밤 10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여기저기서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갑작스럽게 인파가 늘어나면서 경찰과 소방, 구청 직원이 인파집중관리에 나섰다.

이날 이태원 거리는 밤 9시부터 순간적으로 인파가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한 술집 앞에 8명 정도 줄을 서자 통로가 좁아졌고 뒷 사람은 앞 사람과 보폭을 맞춰 걸어야 할 정도로 적체현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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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10시쯤 핼러윈 데이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문화거리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골목길에는 빨간색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우측 통행을 하도록 유도했다. /사진=김호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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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전기에서는 "위급 상황시 바로 보고해달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구청 직원들은 빨간색 중앙분리대를 사이로 우측 통행을 해달라고 외쳤다. 외국인을 향해서는 "You! You!" 등을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민들은 안내에 따라 제자리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 이동했다. 옆에 비어있는 골목길 사이로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핼러윈 데이 참사 이후 2년이 지난 이태원은 해가 진 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과거 모습을 회복하는 분위기였다. 거리 곳곳에는 안전관리요원들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이날 밤 10시30분 기준 이태원동 일대에서 들어온 119 신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핼러윈 하면 이태원" 코스프레 분장하고 찾아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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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핼러윈 데이를 맞아 스크림 가면과 사탕 바구니를 챙겨온 시민의 모습. /사진=김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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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일대는 이날 저녁 6시를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음식점 직원이 가게 문을 열자 형형색색 네온사인이 밤 거리를 비췄다. 거리 곳곳에는 케이팝 노래가 흘러나왔다. 외국인들은 가수의 로제 '아파트'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다. 여기저기서 "핼러윈 느낌 난다" "춤추고 싶다" 등의 얘기가 나왔다.

겨울왕국 엘사 캐릭터부터 고양이, 산타, 악마 등 다양한 분장이 눈에 띄었다. 20대 남성 두 명은 해골 옷에 피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박모씨는 "홍대도 좋지만 핼러윈하면 이태원 아니겠느냐"며 "클럽도 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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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두 명은 해골 옷에 피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박모씨는 "홍대도 좋지만 핼러윈하면 이태원 아니겠느냐"며 "오늘 클럽도 갈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김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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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상인들도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조그마한 펍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평소보다 식재료를 1.5배 이상 준비했다. 음식점 사장 김모씨는 지난 주말이 평소보다 사람도 많고 매출도 늘었다고 했다. 김씨는 핼러윈을 맞아 유령 장식품과 호박 바구니를 잔뜩 꺼내들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이태원 상권에는 음식, 쇼핑, 유흥 3가지가 있는데 그동안 음식, 쇼핑은 망했고 유흥만 살아남았다"며 "이태원 참사 전에는 주말에 5만명이 왔다면 지금은 1만8000명 정도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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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길 추모공간에서 묵념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호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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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길은 고요했다. 경찰과 구청 직원 10여명이 골목길에서 주변 상황을 살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대화를 멈추고 '많이 보고 싶습니다' '편히 쉬세요' 등이 적힌 추모 포스트잇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한 시민은 담배 두 개피에 연달아 불을 붙이고 연석에 걸터 앉아 국화꽃을 바라봤다.

30대 문모씨는 친구와 핼러윈을 즐기기 전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았다. 문씨는 "친구들과 밥 먹기 전에 추모부터 하려고 왔다"며 "2년 전에도 이태원에 있었는데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용산구청·경찰·소방 450여명 배치… "유관기관 합동 현장상황실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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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핼러윈 데이를 맞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진=김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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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에 따르면 다중의 참여가 예상되는 지역축제 중 개최자가 불분명한 경우 관할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용산구청은 인파 집중 예상 기간인 다음달 3일까지 안전관리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세계음식문화거리를 비롯해 퀴논길, 해방촌, 경리단길 일대에 구청 직원 141명, 경찰 270명, 소방 45명 등이 배치됐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유관기관 합동 현장상황실을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했다"며 "용산구청 재난안전상황실, CCTV(폐쇄회로TV) 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다중 인파 밀집 예상 지역에 실시간 상황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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