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사 추모 및 국방부 규탄 기자회견이 2021년 8월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본소득당 주최로 열려 참석자들이 정문에 국화를 꽂고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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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람 공군 중사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 2차 가해에 시달리다 2021년 스스로 세상을 등진 뒤 공군에서 또다시 성범죄가 발생했다. 3년 전 공군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고 법 개정 등 각종 후속 조처가 있었지만, 정작 공군 내부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인권센터와 군성폭력상담소는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비행단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여군 소위이고, 가해자는 직속상관(대령)이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전날 피해자인 ㄱ소위와의 대면상담을 통해 성폭력뿐 아니라 공군이 2차 가해를 방관한 정황도 확인했다. “광범위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알리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군성폭력상담소가 피해자를 만나 상담한 내용을 들어보면, 피해자는 강간미수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회식이 끝난 뒤 ㄱ소위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했던 ㄴ대령은 지난 24일에도 관사로 가는 택시 안에서 ㄱ소위의 손을 만지며 “공군에 계속 있게 되면 3번은 나를 보게 될 것”이라며 압박했다고 한다. ㄱ소위는 관사에 도착한 뒤 ‘한잔 더 하자’는 ㄴ대령의 강요에 억지로 따르면서 다른 간부들에게 도와달라는 문자를 보냈으나, ㄴ대령은 물리력을 행사하며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한다. ㄱ소위는 “그만하십시오. 저는 전대장님 딸과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또래입니다. 아내분도 있지 않습니까”라며 강하게 거부했지만 ㄴ대령의 시도는 계속됐고, ㄱ소위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도망쳤다.
사건 뒤 ㄴ대령은 당시 회식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간부들에게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자신을 유혹한 것처럼’ 유도신문을 하며 녹취까지 했다고 한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반성하고 사죄하기는커녕 피해자가 원해서 2차를 가게 됐다고 호도하며 소위 ‘꽃뱀’ 취급하고 있다”며 “2차 피해로 인해 피해자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태로 일상생활이 힘든 지경”이라고 밝혔다. 현재 ㄴ대령은 근무 장소가 변경돼 피해자와 근무지가 분리된 상태다.
군인권센터와 군성폭력상담소는 3년 전 공군이 약속했던 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군 성범죄 사건 관할이 민간으로 이관된 만큼 사건을 인지한 즉시 경찰에 통보하는 등 후속 조처가 따라야 했는데, 이번 사건은 일주일 넘게 방치됐다. 그사이 ㄴ대령은 적극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한 활동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했지만, 이를 막는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공군은 성폭력 범죄를 미흡하게 처리한 결과 공군이 사망에 이르는 비극을 목도했는데도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일에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ㄴ대령을 군인 등 강제추행·강간치상 혐의로 고발했다. 공군은 이에 대해 “지속적인 성인지 교육, 피해자 통합지원체계 구축 등 노력에도 이번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2차 피해 예방, 피해자 상담 지원 등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해당 사건에 대한 민간 경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공군은 2021년 3월 발생한 이 중사의 성폭력 피해와 그 뒤 이어진 2차 가해를 방관하고, 이 사건과 관련한 군 당국 수사는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팀이 출범했고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 등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장 중사는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지난해 2월 이 중사는 숨진 뒤 1년8개월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지난 7월 유가족은 3년2개월 만에 뒤늦게 장례를 치렀다. 그로부터 한달 뒤 이번 공군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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