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는 10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사진은 우에다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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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본 총선의 ‘참패’에 이어 세계적인 정치 이벤트인 ‘미국 대선’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현상 유지(동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BOJ는 10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9명의 정책위원 ‘만장일치’로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BOJ는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에서 8년 만에 탈출한 이후, 지난 7월엔 기준금리를 0.25%로 ‘깜짝 인상’했었다.
정근양 디자이너 |
올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내세운 BOJ가 동결을 택한 배경엔 일본 안팎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다 11월 5일(현지시간)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일본 통상ㆍ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HK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금융정책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불투명한 부분이 커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하방 위험은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교도통신은 “(BOJ가) 정치적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는 남겼다. 그는 “현재의 실질 금리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경제ㆍ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BOJ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우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치솟는다는 뚜렷한 신호가 없다. 이날 BOJ가 기준금리와 함께 발표한 ‘경제ㆍ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2.5%로 유지했다. 하지만 내년 전망치는 지난 7월(2.1%)보다 0.2%포인트 낮은 1.9%로 조정했다.
또 ‘이시바 내각’이 위기에 처하면서 금리 인상,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을 내건 ‘이시바노믹스(이시바 총리의 경제정책 패키지)’도 제동이 걸렸다. 일본 야당은 대부분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도 크지 않다”며 “당분간 금리 인상 신호를 켜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변수는 수퍼엔저(엔화가치 급락)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급락해 수입물가가 다시 뛴다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이와증권의 스에히로토루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BOJ는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화가치는 한국시간으로 31일 오후 4시 기준 달러당 152.15엔으로 전날(153.42엔)보다 소폭 올랐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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