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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단독]①인권 침해 ②장애인 차별 ③형소법 위반…법원이 인정한 경찰의 전장연 체포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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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찰이 지난해 7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경찰 호송차에 태우고 있다.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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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버스를 막고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고 시위하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를 현행범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벌인 무리수가 법원 판결문에서 상세히 드러났다.

31일 박 대표 등이 경찰의 공무집행 과정에서 위법한 조치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경찰이 박 대표 등을 현행범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장애인 차별, 형사소송법 위반 등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나타난 경찰의 인권 침해와 장애인 차별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지난 30일 국가가 박 대표 등에게 총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손 판사는 경찰이 박 대표를 체포한 뒤 현장에서 약 25분간 포위한 채 대기시켰던 점을 인권침해 요소로 지적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우비를 착용할 정도로 비가 내렸는데 “특별하고 긴급한 필요가 없는데도 원고들을 인도에 포위한 채 빗속에 방치해 둔 것”이 합리적 수준의 공권력 행사도, 수사 절차에서 피의자와 관련자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을 준수한 행위라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공공기관으로서 의무도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행정·사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박 대표의 호송 당시 이 같은 의무가 지켜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호송을 위해 쓰인 스타렉스 차량이 장애인 이동 편의 차량인지 확인할 객관적 자료도 없고, 해당 차량에 교통약자법에 명시된 승강·고정 설비가 미비하며, 장애인을 위한 손잡이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한 경찰이 경사로를 설치했지만 이는 장애인등편의법에서 제시된 접근로의 기울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다만 체포 당시 경찰이 박 대표에게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라고 요구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압성이 보이지 않는 등의 이유로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위법한 체포, 위법한 구금


법원은 체포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범죄의 명백성, 체포의 필요성 등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박 대표를 현행범 체포한 핵심 혐의는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였는데, 이후 경찰은 박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만 송치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원고들이 이 사건 체포의 이유가 된 각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수사기관 스스로도 입증하지 못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를 벌였다는 뜻이다. 체포 필요성에 대해서도 법원은 박 대표가 신원이 명확히 파악된 점, 당시 영상이 녹화되고 있던 점, 공개된 도로에 현장 목격자들이 다수 있던 점 등을 들어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봤다.

박 대표가 30시간 동안 경찰서에 구금된 점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체포 자체가 위법해 구금 또한 신체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사기관이 박 대표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점, 석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소명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점도 별도로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은 현행범을 체포하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토록 하는데 경찰은 박 대표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법원은 판결문에 “원고들에 대한 구금은 현행범 체포의 위법성 여부와 별개로 그 행위 태양(모습) 자체로도 형사소송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볼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라고 적었다.

법원은 경찰 제지로 박 대표 등이 도로에 머문 시간이 1분도 채 되지 않는다며 박 대표가 교통방해·버스의 운행업무를 방해했다고도, 미신고로 진행된 해당 집회가 집시법상 해산명령의 대상이 될 정도라고도 단정 짓기 어렵다고 봤다.

박 대표 등은 지난해 7월1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버스정류장 옆 횡단보도에서 버스를 막고 시위하다 일반교통방해·업무방해·미신고 집회 개최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들은 경찰의 위법한 조치로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버스 시위 중 체포된 전장연 대표···법원 “국가가 1000만원 배상하라”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301630001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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