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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북한 왜 이 타이밍에? 트럼프 대선 도우려 ICBM 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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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3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방송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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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 대선 직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있는지, 실제로 영향이 있을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숀 세이빗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30일 밤(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국가들이 이런 위반 행위를 규탄”하고 “진지한 대화”에 임하도록 북한에 촉구해야 한다며 “미국은 본토와 한국, 일본의 안전 보장을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 대선이 임박했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진행 중이고, 워싱턴에서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와 외교·국방장관(2+2)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 언론들을 대선 직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는 통상 외교 정책이나 대외 상황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과 관련해 두 가지 점이 과거와 다르다. 우선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주 거론되며 ‘선거 쟁점’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난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내세우고 “핵무기를 가진 자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말도 몇 차례나 했다.



이에 대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김 위원장을 대표적인 독재자로 꼽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는 29일 백악관 앞 유세에서도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이 트럼프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이 자주 거론되며 ‘존재감’이 커진 상황이다.



또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이 이어지면서 해리스가 2인자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과 세계 전략의 취약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내가 집권했을 때는 전쟁이 없었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자신이 김 위원장과 회담한 뒤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안 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망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퍼주기’로 규정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켜왔다. 가자 전쟁의 경우 미국의 지속적인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에 불만을 품은 아랍계 유권자들이 해리스에게 등을 돌리면서 트럼프에게 유리한 조건이 됐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도 해리스에게는 부정적인 소재다.



이미 미국 행정부 안팎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경우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의심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강공을 펼치는 배경에는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 실패와 유약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가 집권해야 이란에 들어선 온건파 정권과 미국이 화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네타냐후의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북한은 트럼프의 집권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곤경에 처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의 지렛대 효과가 더 클 수 있는 상황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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