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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인도 내무장관, 시크교도 살해 배후” 캐나다-인도, 또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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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과 아밋 샤흐 내무장관이 총선이 한 창이던 지난 5월 7일 아흐메다바드에서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를 걸어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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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자국민 시크교도 지도자의 살해범 배후로 인도 정부의 실력자 아밋 샤흐 내무장관을 지목했다. 캐나다와 인도 정부 사이의 외교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캐나다의 외교 부장관 데이비드 모리슨은 29일(현지시각) 의회에 출석해 ”샤흐 내무장관이 캐나다에 살다 피살된 시크교 분리주의운동의 지도자인 하디프 싱 니자르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살해하는 활동을 승인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그는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전화해 “샤흐 장관이 그 사람이냐”고 물어왔다며 그래서 “그 사람이 맞다”고 대답해줬다고 말했다.



니자르는 인도 북서부 펀자브 지역 출신으로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 지도자이다. 그는 인도 정부의 박해를 피해 1997년 캐나다로 이주했으며 시민권도 땄다. 그는 캐나다에서도 인도 정부의 소수종교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을 벌여왔다. 이에 인도 정부는 2020년 니자르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은 칼리스탄이란 이름의 독립국가 건립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몇 차례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들고 일어났으며, 이에 인도 당국이 무력진압으로 맞서면서 몇천명이 숨지는 유혈사태도 벌어졌다.



인도에서 칼리스탄 운동의 불길은 거의 사그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펀자브 지역 등에선 여전히 유혈참사의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일부에선 해외로 달아난 칼리스탄 운동 지도자들과 연계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자르는 지난해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서리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그러자 캐나다 정부는 사건 조사 뒤 인도 정부의 요원들이 니자르 피살 사건에 개입되어 있다고 인도 정부를 정면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두 나라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이달 초에는 두 나라가 서로 상대국에 파견된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니자르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샤흐 장관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측근인 실력자로 알려졌다. 그는 모디 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인물이며 집권 인도인민당의 핵심 전략통으로도 꼽힌다. 특히 샤흐 장관은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잠무·카슈미르 주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정책과 이슬람교도에 차별적인 새 국적법을 밀어붙여 논란을 일으켰다.



한겨레

미국과 캐나다 이중 국적자인 해외 시크교 분리독립운동 지도자 구르파트완트 싱 파눈(56)이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인물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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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외교부와 내무부, 캐나다 주재 인도 대사관은 모두 이번 모리슨 부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신문이 전했다. 그렇지만 인도 정부는 그동안 캐나다 정부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해왔다. 인도 당국자들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 시크교도 공동체의 지지를 얻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도 말했다. 캐나다 시크교도 공동체는 77만명에 이르며, 인도 바깥에 있는 시크교도 공동체로는 가장 크다.



최근 들어 인도 정부는 부쩍 이들 해외 시크교도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추적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제거하려 한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는 나자르뿐이 아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인도 정부의 요원들이 뉴욕에서 미국과 캐나다 이중 국적자이자 또 다른 해외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인 구르파트완트 싱 파눈을 청부 살해하려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파눈도 인도 정부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라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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