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31 (목)

‘쿠바 제재 해제 찬성표’ 아르헨티나 외교장관 경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전격 해임된 아르헨티나 외교장관 디아나 몬디노가 지난 7월7일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린 메르코스르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0일 유엔 총회에서 아르헨티나가 미국의 쿠바 제재 해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그를 경질했다.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이 유엔 총회에서 60년 넘게 이어지는 미국의 쿠바 경제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디아나 몬디노 외교장관을 해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대통령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극단적인 친미 외교 정책과 진보 정부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감으로 유명하다.



그는 남미 지역에서 쿠바, 베네수엘라는 물론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등 좌파 정부의 지도자들과 충돌을 벌여왔다. 대선 기간엔 중국에 대해서도 ”공산주의자들은 살인자”라며 교류하지 않겠다고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그러나 취임 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며 내년 1월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



미국은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강력한 전방위적 경제 봉쇄에 나섰다. 쿠바를 원조하는 나라에 대한 제재와 미국에서 쿠바로 보내는 송금액의 제한, 쿠바에서 출항한 배의 미국 정박 금지, 여행 및 방문 제한 등이다. 이들 제재는 나중에 일부 느슨해진 것도 있지만, 기본 뼈대는 지금까지 6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미국의 쿠바 경제 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1992년 이후 31번째이다. 결의안은 이번에도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87개국이 찬성표를 던져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대한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뿐이다. 우크라이나가 기권했고, 소말리아, 베네수엘라, 몰도바 등 3개 나라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권고안이어서 구속력이 없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한 하원의원이 소셜미디어에 “밀레이 정부가 독재자를 지지하지도 않고 공범도 되지 않고 있다”고 칭찬한 글을 공유했다. 대통령실 대변인 마누엘 아도르니는 소셜미디어에 후임 외교장관에 “미국 주재 대사인 헤라르도 웨르테인이 임명될 것”이라고 썼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점심을 먹다가 웨르테인 대사로부터 미국의 쿠바 제재 해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조사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가 전했다.



앞서 올 초 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기업인 YPE는 쿠바 항공사 쿠바나의 항공기에 연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 당국자는 이런 조처의 배경으로 미국의 쿠바 경제제재를 들었다고 쿠바 외교부가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