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이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단행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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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발사 준비를 끝마쳤다고 정보 당국이 판단했다. 러시아에 군을 파병하는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대선을 앞두고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미사일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본격적인 ‘판돈 올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방정보본부 국정감사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군은)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가운데 우주 발사체(SLV) 기술에서의 군사협력을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ICMB급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ICBM 텔(TEL·이동식 발사대)은 특정 지역에 배치된 상황”이라며 “미 대선을 겨냥해 11월 ICBM 재진입 기술 검증을 위한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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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도움으로 ICBM 기술 진전시 '레드라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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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연료 기반의 ICBM인 화성-18형의 경우 TEL 위에 결합한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서 발사한다. 언제든지 기습적으로 쏠 수 있어 김정은이 결심하면 하루 이틀 안에도 발사할 수 있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대한 지상 엔진 시험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이 올해 중 3기의 정찰위성 추가 발사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 최소 한 차례 추가 시도를 할 것으로 군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발사 장소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 발사장에서 발사체가 기립하거나 연료를 주입하는 등 ‘발사 임박’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북한이 정찰위성이나 ICBM을 발사하고 기술 진전으로 볼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북한군 파병 및 무기 지원에 대해 러시아가 반대급부를 제공한 결과로 볼 여지가 커서다.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지난 5월 위성 발사 당시 러시아가 엔진을 통째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유사한 방식이나 추가적인 기술 이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곧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뜻도 될 수 있다. 정부는 ‘실효적·단계적 조치’를 표방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전략무기와 관련한 기술을 이전했다면 말로만 경고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정은이 선을 넘나들며 ‘치킨 게임’을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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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러·북 협력으로 정찰위성 개량 중"
북한이 지난달 21일 밤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쏘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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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찰위성 기술 개량은 곧 한국을 들여다보는 ‘북한의 눈’이 밝아진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만리경-1호 발사 성공 뒤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고 의미를 부여한 이유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오고간 인원들, 전략적 협력 사안 등을 비교해보면 그동안 진전되고 개량된 수준의 정찰위성이 준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북한의 정찰·탐지 능력이 강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안보에 대한 위해 요인”이라고 말했다.
ICBM 완성을 위한 기술과 관련,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체 관련 기술과 다탄두(MIRV)·후추진체(PBV) 기술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선도적인 기술과 부품·소재를 모두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경우 제대로 검증하려면 30~40도의 정상 각도 발사 시험이 필수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정상 각도 발사로 재진입 기술을 과시한다면 미국 본토에 대한 보복 능력을 검증한다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가 이런 핵심 ICBM 기술까지 넘기기엔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만약 김정은이 ICBM을 쏜다면 고각으로 발사해 다탄두 관련 기술을 검증하는 게 실익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ICBM 기술도 다양한데,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도 러시아와 논의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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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풍계리 3번 갱도 핵실험 준비 끝나"
북한은 언제든 7차 핵실험을 할 준비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위 여야 간사는 “미 대선을 전후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이용한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 내부 준비가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는 국방정보본부의 보고 내용을 전했다.
7차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이는 핵탄두 소형화 및 경량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전술핵 완성을 선언할 가능성이 큰데, 직접적인 대남 위협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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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 공백' 막으려 전방 전력 강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과 파병 등으로 전력 공백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은 남북 간 단절을 위한 조치도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고도 국방정보본부는 판단했다. ▶군사분계선(MDL) 이북 북방한계선 쪽에 장벽 공사를 진행 중이며 ▶하계 훈련 기간을 연장했고 ▶전 전선에 걸쳐 10여 군데에 병력이 투입된 경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에서 우리를 향한 종심 타격 능력을 강화 중”이라며 “군사분계선 상에서의 공세적 군사활동과 분쟁 가능성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MDL에서의 움직임은 앞서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한 데 대응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전시 정원 편제대로 완전무장한 8개 포병여단을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하는 작전 예비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방정보본부는 “북한군이 재래식 전술 분야에서 야지 전개나 사격 진지 점령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실제 활동이 저조하다”고도 평가했다. 또 “김정은이 하계 훈련 기간 연장과 맞물려 전쟁 준비 완료 지시를 내린 적이 있는데, 이를 관철하고 저조한 훈련 수준을 만회하기 위해 포병·기계화·특수전 부대 등 전시 핵심 전력 집중훈련과 보충훈련을 통해 작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래식 전력의 공백과 취약성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북한군이 방어적 태세로 전환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 군은 보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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