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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딸에서 딸로' 대 잇는 계열분리…정용진∙정유경 남매 각자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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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정유경

백화점은 이명희 이어 다시 딸에게

계열분리 완료까진 수년 걸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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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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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의 계열 분리 계획을 공식 선언했다. 이마트 부문을 맡은 정용진 회장이 지난 3월 승진한 데 이어, 백화점 부문을 이끌어 온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도 30일 회장으로 승진하며 계열 분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백화점·이마트, 분리 본격화



이날 신세계그룹은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정유경 ㈜신세계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대표·임원의 승진을 발표했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에 오르며 신세계백화점 등 패션·뷰티, 면세, 아울렛 사업을 이끌어왔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유경 회장 승진에 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이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올해 각 사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며 수익성이 향상되는 등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로 기업을 분할한 이후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을 운영하는 ‘남매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지난 2019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하며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 부문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실질적인 계열 분리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자산 62조510억원(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을 보유한 재계 11위 대기업집단이다. 계열사 53곳 중 이마트 부문에는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수퍼 사업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고, 백화점 부문에는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 아울렛 사업 회사들이 있다.



대를 잇는 계열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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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재계에서는 삼성가에서 출발한 신세계백화점이 딸에게서 딸에게로 대를 이어 내려왔다는 점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1991년 삼성그룹의 백화점 사업인 신세계를 승계받았다. 이후 자신이 일군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사업 전반은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자신이 물려받은 백화점 사업은 딸 정유경 회장에게 맡겼다.

이 총괄회장은 지난 2020년에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를 각각 남매에게 증여하며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도 마쳤다. 이를 통해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5%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고, 정유경 회장도 신세계 지분 18.5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재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갖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이 총괄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계열 분리를 위한 교통정리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재계에서 발생해 온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경, 총괄 사장서 회장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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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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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오빠인 정용진 회장과 달리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으로부터 백화점 부문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조선호텔에서 경영을 익힌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을 맡으며 백화점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각 지역의 압도적 1등 백화점을 만든다는 ‘랜드마크 전략’에 따라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 대전, 광주를 해당 상권 대표 백화점을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넘어섰고, 신세계 센텀시티는 수도권 외 지역 백화점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매출·영업이익은 정유경 회장이 총괄사장을 맡은 2016년 대비 모두 두 배 이상 커졌다.



계열 분리, 선결 조건은



다만 신세계그룹이 계열 분리를 마칠 때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열사 지분 정리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하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지분 정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곳이 SSG닷컴이다. 현재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 27.55% 광주신세계가 25%,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1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로,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로 각각 지분을 몰아주며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백화점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는데도 약 6년이 소요됐다”며 “백화점과 이마트의 분리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과주의 원칙 반영



한편 계열사 대표 등 임원 인사는 그간 강조해온 성과주의 기조가 반영됐다. 신세계그룹 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역량 중심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한다. 상반기에 이어 이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마트24 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올해 선보인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혁신을 목표로 사업 조정을 진행 중인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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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사장으로 승진한 한채양 이마트 대표. 사진 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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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직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으며 신세계L&B 대표에는 마기환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상무보급이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다.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신세계그룹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한 조치로 조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회사 전체적으로는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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