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수도권 집값이 계속 상승하며 주택연금 중도해지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받았던 연금을 토해내더라도 집값이 올랐을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수도권의 경우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주택연금 중도해지자 수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30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지난 8월 사망으로 인한 해지를 빼고 가입자 의지로 주택연금을 중도해지한 건수는 201건으로 집계됐다. 중도해지 건수는 지난 1월 136건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신규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지난 1월 1181명에서 지난 4월 1606명까지 증가했다가 지난 8월에 1056건으로 줄어들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매월 평생 노후를 위한 연금을 주는 상품이다. 부부 중 한명이라도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인 주택이나 주거 용도 오피스텔이면 가입할 수 있다. 기존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중순부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앞으로도 계속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에 주택연금의 중도해지 건수가 늘고 신규 가입자 수는 줄어드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받았던 연금을 반납하더라도 향후 집값 상승으로 얻을 이익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떨어지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4월에 보합세로 접어들더니 6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하락세를 이어오던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도 다음달인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5월 처음으로 12억원을 돌파한 후 지난 9월까지 12억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부터 집값이 오를 땐 주택연금의 중도해지 건수가 늘어나며 신규 가입자 수는 줄었다. 집값 폭등기였던 2021년엔 주택연금 중도해지 건수가 4121건에 달했다. 2022년과 지난해엔 중도해지 건수가 각각 2191건, 1667건으로 2021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주금공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의 67.6%는 수도권에 살고 있다. 수도권의 집값 추이가 주택연금 중도해지와 신규해지 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주택연금 중도해지자도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상환금원리비율) 2단계 시행 등 규제 수준을 높였다. 가격 상승 폭 자체는 규제 시작 전인 지난 8월(서울 0.52%, 수도권 0.29%)보다 줄었지만, 집값 자체가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번달에도 서울과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보다 각각 0.28%, 0.19%씩 증가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