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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입소문 타고 날았다 'K뷰티' 명품 부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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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캘리포니아 라호이아 고급 쇼핑센터인 유니버시티 타운 센터(UTC)에 위치한 세포라. 해외 프리미엄·프레스티지 브랜드와 함께 라네즈·설화수가 입점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유로모니터


"미국에서 K뷰티는 더 이상 싼값으로 물량 공세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럭셔리 또는 프레스티지 브랜드와 같은 매대에 진열되는 고급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죠."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수석연구원이 이달 초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K뷰티를 경험해보고 그 성분과 효능을 믿는 소비자가 전 세계에서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에 따르면 K뷰티는 이전에 로드숍 브랜드를 중심으로 낮은 가격을 내세웠다면 이젠 기능성을 갖춘 프레스티지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미국 세포라 같은 오프라인 뷰티 매장에서 K뷰티는 고급 더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며 "최근엔 K뷰티 브랜드를 따라 하면서 가격은 더 저렴하게 만든 '듀프' 제품까지 나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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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며 한국 화장품의 '제2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는 조선미녀, 아누아, 스킨1004 등이 꼽힌다. '조선미녀 맑은쌀 선크림' '아누아 어성초 77% 수딩 토너' '스킨1004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라이트 클렌징 오일' 등이 특히 유명한데 모두 제품명에서 특정 성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홍 연구원은 K뷰티의 2차 부흥기를 이끈 키워드로 '성분 주도 뷰티'를 꼽았다. 원재료의 기능적 면과 효능을 중요시하는 성분 중심 뷰티 트렌드는 중국과 미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그는 "버섯, 녹두, 연꽃 등 한국적 재료를 활용한 제품과 과학적 효능이 K뷰티의 인기 요인"이라며 "해외에선 이런 상품이 새롭고 혁신적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도 선케어 제품을 고를 때 유기자차, 무기자차를 구분하는 등 소비자 기준이 높아진 것과도 연관이 있다"며 "미국에서도 안정성과 성분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K뷰티 붐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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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전에는 제품 자체로 승부를 봤던 사례가 많았다면 최근엔 K뷰티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K뷰티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효능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쉬워진 점도 K뷰티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해외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지 않아도 소셜미디어 등에서 입소문을 나면 글로벌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뷰티&퍼스널 케어 온라인 구매 비중은 글로벌 국가 중 가장 높은 59%를 차지했다. 한국은 뷰티 이커머스 비중으로 2020년 이전부터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홍 연구원은 "이커머스의 성장, 특히 소셜 커머스의 부흥은 뷰티 공룡 브랜드뿐만 아니라 새로 시장에 진출하는 신흥 브랜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한 매출은 한국에서만 발생하지 않고 아시아·북미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글로우레시피'와 같이 한인 여성들이 미국에서 설립한 브랜드를 포함해 K뷰티를 표방하는 해외 브랜드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아마존 1위' 유기농 생리대로 유명한 한인 기업 라엘도 본사가 위치한 미국에서 뷰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라엘의 스킨케어 브랜드 라엘뷰티는 지난 21일 미국 최대 규모 뷰티 멀티숍 '울타뷰티'의 전 매장에 입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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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뷰티는 '미라클 클리어 라인'을 비롯해 미국에서만 출시한 레티놀 마스크, 브라이트닝 토너 패드 등 한국 기술력을 활용한 스킨케어 제품을 울타뷰티에서 판매한다. 특히 라엘뷰티의 대표 제품인 미라클 클리어 라인은 탁월한 피부 진정 효과로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구권까지 돌풍을 일으킨 K뷰티가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 연구원은 "미국에서도 반짝이는 글리터가 함유된 선케어 제품 등 시기별로 유행하는 제품이 나왔다가 사라지곤 한다"며 "K뷰티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성분을 내세우는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아야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에서 이전만큼 부흥하는 건 어렵겠지만 색조 화장품은 트렌드를 많이 따라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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