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료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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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주고받은 자료 중에 민감한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며 정보통신(IT) 부문 쪽에 종사하는 한 교민은 최근 50대 교민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중국 수사기관에 체포된 사건을 접한 뒤 “불안감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반간첩법이 개정될 때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이 타깃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 보니,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야인 반도체 관련 종사자가 많은 한국이 가장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공장이 있고, 이들과 하청·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도 다수 진출해 있다. 한국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다 중국 회사로 옮긴 반도체 관련 기술 인력도 최소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 교민은 양쪽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알 수 있어, 이들에게 양국 정보기관 등의 관심이 모일 수 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한 상가에 한국 식당에 모여 있다. 웨이하이/최현준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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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간첩법 혐의로 체포된 교민도 이런 경우에 가깝다. 지난해 12월 중국 당국에 간첩죄 혐의로 체포된 50대 교민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근무했고, 2016년부터 중국 최대 메모리 회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 교민이 중국 쪽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에 유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불안감은 반도체나 정보통신 부문 쪽에 한정되지 않고 교민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 당국이 반간첩법을 개정하면서 간첩 행위의 정의와 대상을 크게 넓혔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간첩 행위를 정의하며 ‘국가 기밀을 빼돌리는 행위’에서 ‘국가 안보와 이익에 위배되는 활동’으로 확장하고, 제3국을 겨냥한 활동을 포함하는 등 대상도 확대했다.
중국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반간첩법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 기업의 지사에 근무하는 또다른 교민은 “중국에서 일을 하다보면 한국과 중국 양쪽 상황을 듣게 되고, 때로는 자료를 공유하게 된다”며 “법률상 어느 정도까지 문제가 되고, 안되는지 모호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장기 구금도 우려의 대상이다. 지난해 12월 체포된 교민은 지난 5월까지 현지 호텔에 격리된 채 조사를 받았고 이후 현재까지 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기소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 교민은 “너무 오랫동안 구속돼 있는 것 같다”며 “중국도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를 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 구속 때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등 절차와 기간을 엄격히 통제하지만, 중국은 수사 기관의 판단으로 구속을 결정할 수 있고 구속 기간도 상당히 길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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