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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민희진 1년 참다못해…“못생겼음” 하이브 내부문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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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희전 전 어도어 대표가 유튜브 ‘김영대의 스쿨오브뮤직’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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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다른 기획사 소속 가수의 외모를 품평한 내부 문건에 대해 29일 공개 사과했지만 여전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사안임에도 “다양한 의견이 담길 수 있다”며 문건을 옹호해 오다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부 문건의 노골적인 내용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에야 사과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공개 사과한 당일 밤 유튜브 채널 ‘김영대의 스쿨 오브 뮤직’에 출연해 하이브 내부 문건에 대해 “1년을 참다 참다 내가 못 참고 신랄한 비판 메일을 써서 (경영진에) 보냈다”며 “목적이 뭔지, 누구를 위한 글인지 모르겠고, 나중에 너무 스트레스여서 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한겨레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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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내부 보고서를 하이브 및 산하 레이블 최고책임자들인 시(C)레벨에게 발송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에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를 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님”, “외모나 섹스 어필에 관련돼 드러나는 경향이 두드러짐”, “놀랄 만큼 못생겼음” 등의 원색적인 표현이 들어가 논란이 됐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에서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 (엔터) 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헤드(고위직)에 많이 올라왔다. 그 사람들한테 업을 이런 식으로 알려준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하이브의 내부 문건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났지만, 앞서 민 전 대표에 의해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지난 5월17일 스포츠경향이 공개한 민 전 대표가 4월16일 하이브 경영진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 “편파적이고 편향된 내용”이라며 해당 문건을 비판하고 “최소한의 객관성이라도 유지하라”며 내부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매주 내부 회람되는 ‘업계 동향 리뷰’ 문서에는 편파적이고 편향된 내용이 지속되어, 어도어는 ‘수치나 지표와 같은 사실 기재가 필요하며 최소한의 객관성이라도 유지하라’고 이의제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박지원 대표이사에게도 이의 제기를 했으나 ‘읽지 마라’,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에게는 ‘한 개인의 의견으로 생각하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객관성도 결여된 공신력 없는 개인의 내용이 어떤 이유에서 마치 대표성을 가진 듯 전사 임원들에게 배포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며, 그 내용의 편향성 때문에 일종의 목적성을 띤 선전/전파를 위해 배포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길 정도입니다.



시장에 대한 한 개인의 판단 오류가, 타 업계에서 이직하여 엔터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미칠 영향과 파급을 생각한다면 마냥 무시하고 가벼운 일로 치부하기만은 어렵습니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 경영진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9일 뒤인 4월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문건의 존재를 엿볼 수 있다. 당시 기자회견의 초점은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에 벌어진 어도어 경영권 분쟁에 맞춰졌으나, 민 전 대표가 현장에서 공개한 박지원 하이브 전 대표이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속에는 ‘내부에서도 이상한 리뷰를 돌리니까’라며 문건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다.



당시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문제 제기를 일축하며 문건을 옹호했다. 하이브는 4월22일 민 전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업계 동향 리포트는 아티스트에 대한 하이브의 입장이나 평가를 대변하는 자료가 아니다”, “자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할지도 온전히 레이블 각자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리포트에는 다양한 의견이 담길 수 있다”, “찬양일색의 분석보고서가 나와야만 만족할 수 있는 것이냐”며 되레 민 대표의 문제 제기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업계 동향 리포트는 차트 성적 같은 정량지표 외에 소비자의 주관적인 반응과 이슈를 모으고 분석한 후 개선 의견을 제안하는 내부용 문서입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하이브의 입장이나 평가를 대변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이 자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할지도 온전히 레이블 각자의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의 리포트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의견이 담길 수 있으며, 때로는 개선점들도 가감 없이 포함되고, 그것이 이 리포트의 존재 이유입니다. 오히려 늘 찬양 일색의 분석보고서가 나와야만 만족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식의 분석자료가 어도어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 대표가 지난해 초 '(뉴진스의) 콘텐츠(음악,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등)에 대한 리뷰(평가)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이후 뉴진스에 대한 정성 평가 내용을 넣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뉴진스에 대한 내용을 완전히 빼달라고 재차 요청하여 그 뒤로는 일체 동향 취합이나 정성 평가에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태도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건의 부적절한 대목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180도 바뀌었다. 문건을 공개한 민형배 의원은 “아이돌에 대한 비인격적 인식과 태도가 보고서에 담겨 있어 문제 제기를 했다”고 지적했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조차도 “과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이브는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도중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외부에 (문건을)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적반하장식’ 입장문을 발표했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입장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하겠다. 입장문도 삭제하겠다. 또 (제보한) 내부자를 색출한 생각도 없다”고 고개 숙였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도 29일 누리집에 올린 사과문에서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리더십에게만 한정해 공유되었으나 해당 문서의 내용이 매우 부적절했다. 케이팝 아티스트를 향한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이 그대로 담긴 점, 작성자 개인의 견해와 평가가 덧붙여진 점, 그리고 그 내용이 문서로 남게된 점에 대해 회사를 대표해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어 “문서에 거론돼 피해와 상처를 입게 된 외부 아티스트 분들께 정중하게 공식적으로 사과드린다”며 “각 소속사에 별도로 연락드려 직접 사과드리고 있다. 회사로 인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하이브의 모든 아티스트 분들께도 진심을 다해 공식 사과를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내부 문건을 작성한 담당자는 같은 날 직위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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