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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세계 주름잡던 車회사들 초토화 됐다”...무섭게 달리는 중국, 우리도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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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獨공장 3곳 닫고 임금 10% 삭감”
2026년까지 22조원 비용 절감 계획 설정

美 포드 순이익 9억달러…작년보다 25% 줄어
짐 팔리 포드 CEO “과잉생산 때문에 가격 전쟁”


매일경제

폭스바겐·SAIC 합작사 로고. [사진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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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상징되는 유럽과 미국의 대표 완성차 기업들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누려왔던 영광을 뒤로 하며 고강도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렸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내수 침체로 급격한 매출 쇼크가 발생한데다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로 무장한 전기차(EV)로 유럽 안방을 공략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경쟁에서 중국 기업들이 민첩한 스타트업 형태로 기술 혁신에 성공한 것과 달리 폭스바겐과 포드 등 공룡 몸집의 서구 완성차 기업들이 혁신 경쟁에서 굼뜨게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스텔란티스·푸조 등 유럽·미국 완성차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전통 강호인 유럽·미국 기업들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과잉생산 △중국산 EV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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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드는 EV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순이익이 9억달러(약 1조2500억원)로 줄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25% 줄어든 수치다. 3분기 매출은 462억달러(약 64조원)로 집계됐다. 폭스바겐은 독일 생산시설 3곳을 폐쇄하고 직원 임금을 10% 삭감하기로 했다.

EV 수요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유럽에선 배터리가 비싸 EV 생산비용이 높다”며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전기차와 더 많은 충전소를 원하고 있기에 구매를 계속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휘발유·디젤 차량 수요도 줄고 있다.

그러나 과잉생산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고자 유럽·미국에서 생산거점을 마련하면 생산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자리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글로벌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위기로 치닫는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은 저비용·고품질 EV를 앞세우며 빈틈을 노리고 있다. FT는 “유럽 기업들보다 30% 낮은 비용으로 EV를 생산한다”며 “유럽 기업들은 신차 개발에 4년이 걸리지만 중국 기업들은 1년마다 신차를 내놓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기업들은 정보통신(IT)·소프트웨어·배터리업계 간 합종연횡을 바탕으로 유럽·미국에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화웨이·샤오미 등이 완성차기업들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고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유럽·미국은 관세 성벽을 높이 쌓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대선을 앞두고 중국산 EV에 붙는 관세를 25%에서 100%로 올리기로 했다. EU도 중국산 EV 관세율을 10%에서 최고 45%까지 높였다.

문제는 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 기조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보호무역주의는 소비자들이 차량을 더 비싸게 사게 만든다”며 “결국에는 유럽 공장 폐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경쟁 당사자이면서도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바바소리 이탈리아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중국은 방 안의 코끼리”라며 “완성차기업들에 중국은 가장 큰 위협이자 가장 큰 고객”이라고 말했다. 방 안의 코끼리는 누구든 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해결하지 않으려는 문제를 뜻한다.

유럽·미국 완성차기업들의 중국 내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FAW 폭스바겐과 SAIC GM의 중국 판매량은 각각 14만8285대, 2만2063대로 줄었다. 양사는 지난해 3월에는 각각 16만5484대, 6만2803대를 팔았었다. 같은 기간 웨다 기아의 판매량이 9594대에서 2만1958대로 급증한 것과 대비된다.

높은 금리의 자동차 대출 여건과 위축된 소비 심리도 문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방어를 위해 잇달아 정책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소비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FT는 “높은 이자율이 수요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유럽·미국 현지 생산 및 유통망을 넓히는 점도 이들의 생존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파리모터쇼에는 중국 전기차 모델이 대거 선을 보이면서 유럽 업체와 초저가 모델부터 프리미엄 라인업까지 모든 세그먼트에서 처절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는 지난 9월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 산업의 대약진으로 유럽 내 제조업 생태계가 초토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다면 유럽의 자동차산업은 더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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