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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일파만파 명태균 의혹, 尹 향한 수사 가능할까…“법적으론 어렵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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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동남아 3국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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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의 얽히고설킨 국정농단 의혹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9일 원내대책회의 발언) " " “윤석열 대선캠프의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혐의를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28일 기자회견) "

불법 여론조사와 공천 개입 등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선 연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혐의 등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커지고 의혹이 불어난다고 해서 곧장 수사 대상이 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사가 이뤄진다 해도 법리상 넘어야 할 허들이 꽤 높다”(재경지검 검찰 간부)는 반응이 나온다.

‘명태균 의혹’ 제보자인 강혜경씨(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는 명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을 원하는 예비후보자들로부터 총 2억여원을 수수한 뒤 이를 윤 대통령 맞춤형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는 81회에 걸쳐 실시됐고, 이 중 23회의 미공표 여론조사 일부는 표본과 결괏값 등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캠프가 이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다는 게 명태균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① 공직선거법 위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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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혜경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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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의혹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지만, 선거법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명씨의 시효는 이미 만료된 상태다. 다만 명씨와 달리 대통령의 공소시효는 남아있다. 대통령은 임기 중 불소추특권이 적용되는 만큼 공소시효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 공소시효가 약 4개월 남았고, 임기를 마치는 2027년 5월부터 다시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불법 여론조사 의혹과 별개로 대통령 부부에게 제기된 공직선거법상의 또 다른 의혹은 ‘공천 개입’이다. 공직선거법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예외적으로 공소시효 10년을 인정하는 조항 역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이 직무 또는 지위를 이용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경우”다. 결국 행위 당시의 신분이 ‘공무원’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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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사파동에 위치한 창원지방검찰청.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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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선 여론조사를 받아본 시기는 대통령이 되기 전 후보 시절”이라며 “당시 신분이 공무원이 아니라서 의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공무원 신분인 김건희 여사의 경우 적용이 더 어렵다고 한다. 앞서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엔 대통령 배우자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에서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조항이 없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② 정치자금법 위반인가



명씨가 81회에 걸쳐 실시·의뢰한 대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은 3억7520만원 규모다. 정치자금법은 지정된 후원회·후원금·기탁금 등을 제외한 방법으로 오간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행위로 규정한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정치인으로 정치자금법 적용 대상이다. 명씨가 후보 본인이나 캠프와의 교감 하에 여론조사 결과를 주기적으로 전달했다면 불법 기부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짜 여론조사=불법 정치자금’이라는 논리다.

실제 캠프에서도 “대선 당일까지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를 선거 전략 회의에 참고했다(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의 증언 등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가 사용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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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 사진 명태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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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고의성 입증이다. 수도권 차장검사는 “후보 본인(윤석열)이 여론조사 ‘비용’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인식했어야 한다”며 “그런 구체적 인식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쟁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 역시 “명씨와 비용 처리를 상의한 캠프 관계자면 몰라도 (대통령 부부 등) 윗선이 비용까지 개입했는지 추가로 밝혀져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짚었다.



③ 뇌물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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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게 ‘수뢰 후 부정처사죄(뇌물)’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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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윤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여론조사 비용 대신 제3자(김영선) 공천이라는 대가를 받은 제3자 뇌물 구도(이해식 민주당 의원,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수뢰 후 부정처사 형태의 뇌물죄(28~29일 박은정·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의 주장이다. 진보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달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무원 범죄’인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은 까다롭다. ‘공무원 직무에 대한 청탁’과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뇌물 수사 경험이 많은 고위 검사는 “제3자 뇌물도, 수뢰 후 부정처사도 전제부터 걸리는 부분이 있다”며 “공천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나 직무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수도권 부장검사 역시 “당시 후보자 신분이 공무원이 아닌 데다 ‘공무원이 될 자’에게 적용되는 사전수뢰죄 역시 담당할 직무에 관한 청탁이 요건이라 혐의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고 해석했다.



④ 알선수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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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있는 2024년 4월 총선과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각각 국민의힘 당대표인 한동훈 대표(왼쪽)와 이준석 전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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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브로커 범죄’로 불리는 알선수재는 윤 대통령에게 해당할 수 있을까. 알선수재는 금품을 받고 공무원 직무에 속하는 사항을 공무원에게 알선한 경우 적용된다. 윤 대통령의 경우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고 소위 ‘브로커’ 역할을 해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대표나 공천관리위원장 등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요청한 상황을 전제로 알선수재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어렵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앞서 대통령의 공천권 부재를 지적한 고위 검사는 “당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은 모두 원외 신분 비공무원”이라며 “공무원 직무에 대한 청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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