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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사설] 어처구니없는 이재명 대표의 북한군 파병 관련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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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가 안위 위협하는데 어찌 ‘남의 나라 전쟁’인가





‘국정원 고문기술 전수’라니…외교안보 식견 극히 의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 발언들은 대한민국 제1당 대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이 대표는 먼저 “남의 나라 전쟁에 왜 끼어드냐. 국정원에서 북한군 전쟁포로를 심문하기 위한 ‘심문조’를 파견하겠다 하는데 고문 기술을 전수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북·러가 이제 동맹을 넘어 혈맹이 됐다는 건 앞으로 한반도 전쟁 시 러시아가 자동적으로 파병하게 됐음을 뜻한다. 게다가 러시아가 파병의 대가로 북한에 핵·미사일 기술 전수, 무기 제공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이건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친다. 이 대표처럼 ‘남의 전쟁’ 운운하며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결코 아니다. 총선 전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국회 상임위(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좀 넓혔을 것이라 믿었는데, 영 노력이 없었던 모양이다.

국정원의 심문조 파견을 둘러싼 이 대표의 인식도 충격적이다. 지금 세계는 정보전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주요국 정보기관들은 외부에서 전쟁이 나면 정보를 얻기 위해 앞다퉈 심문조를 파견한다. 동맹이나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정보 공유를 위한 일종의 협조 책임으로도 본다. 당연히 우리 입장에선 적대국인 북한의 군대가 러시아 전장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실전 운용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대비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국제사회가 우리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는 터에, 제1 야당 당수가 ‘고문 기술 전수’ 같은 황당 발언이나 하고 있으니 국격 훼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누가 주요 7개국(G7) 추가 진입을 노리는 국가의 정치지도자 발언으로 보겠는가.

또 이 대표는 “주술사가 닭 목 베고 피맛을 보며 전쟁 여부를 결정하는 나라”라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모든 걸 김건희 여사 관련으로 몰아붙인다 해도 이건 도를 한참 넘어선 발언이다. 나아가 친이재명 강성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어제 성명에서 밝힌 “(북한군) 파병이 아니라 (북·러) 합동군사훈련 아니냐”는 발언 역시 어처구니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감청 파일로 파병이 사실로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북한을 두둔하려 하니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인가.

민주당은 비난 여론이 거세어지자 어제 북한군 파병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발의했다. 의도야 어쨌든 이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다만 내용을 보면 여전히 북한 비판보다는 한국 정부 비판에 방점이 있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안보 문제를 이렇듯 국내 정치의 도구로 동원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이 대표의 잘못된 인식이 누적되면 국민은 이제 그의 지도자 자질 부족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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