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지옥 2′
‘지옥 2’에서 광신도 ‘햇살반 선생’(문근영) 등이 죄를 씻겠다며 자진해 괴물의 공격에 몸을 던진 모습. 연상호 감독은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편한 이야기도 있겠지만, 이번엔 세계관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제 안의 여러 질문들에 집중했다”고 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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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지옥은 이전보다 더 혼란스럽고 난장판이다. 눈을 뗄 수 없는 건 현실을 닮은 세상의 끝장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일지 모른다. 국내외에서 흥행하며 넷플릭스 시청 순위 세계 1위(TV쇼 부문)에 올랐던 연상호 감독의 ‘지옥’(2021)의 두 번째 시즌이 25일 공개됐다. 후속 시즌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지옥’ 시즌 2는 리뷰 사이트에서 호평도 상당하다. 연상호 감독이 영화 ‘부산행’ 이후로 만든 열 번째 상업 작품. 29일 만난 ‘지옥’의 원작자이자 연출자인 연 감독은 “대중의 반응을 항상 신경 써왔지만, 지옥 2는 ‘시청 시간’보다 ‘시청 후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했다”며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 하는 시청자가 늘어난 것 같아 작가로서 행운이고 기획에도 맞는다”고 말했다.
‘지옥 1′은 어느 날 인간을 때리고 태워 죽이는 초월적인 괴물이 등장한다. 이를 ‘신의 심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불가해한 재난’으로 볼 것인지 그 ‘프레임’에 따라 달라진 결과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감하기 쉬운 신생아 부모의 서사를 중심에 세워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반면 지옥 2는 세계관의 지도를 펼친 듯한 심화판의 길을 택한다. 다른 프레임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싸움과 광신도들의 촌극, 부활자 등장으로 질서를 상실한다. 연 감독은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거대한 이데올로기가 미약해지고 군소 사상이 굉장히 부딪히는 시대로 돌입했다고 생각한다”며 “혼돈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해진 매체들도 그렇고 폭동 형태가 아닐 뿐이지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 과도기적 상태를 느끼면서 ‘지옥’을 썼다”고 말했다.
‘지옥 2’ 촬영 현장의 연상호(가운데) 감독.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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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지탱하려던 ‘시스템’을 상징하는 인물 ‘이수경’(배우 문소리)은 말미에 결국 붕괴를 앞둔다. 사회의 관성적인 질서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연 감독은 “그러나 결국 거대하고 예측할 수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마주한다”며 “주인공 ‘민혜진’(김현주)이 시즌 1 속 신생아를 자기 자식으로 삼으려 하며 ‘끝은 다시 시작’이라고 말하는 대사에 인간의 자율성, 휴머니즘의 정수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율성과 관련해 연 감독은 작품에 시청자에게 던지는 질문도 숨겨놨다. 시즌 1의 명장면이 다시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부모의 희생으로 괴물의 공격 속에서 살아남은 아기에 대한 다른 해석이 담겨 있다. 수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이 장면에서 뒤통수를 맞은 시청자가 많았다. “선택할 수 있는 이야기 중에 어떤 것을 믿을 것인지는 자율성에 달려 있어요. 시즌 1에서 ‘진경훈’이 ‘정진수’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받았듯 시청자에게도 선택지를 남긴 것입니다.”
시즌 3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며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연 감독은 “여러 작가와 함께 저마다 지옥 세계관을 확장해 쓴 이야기를 묶은 단편집이 곧 출간될 예정”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지옥’의 세계관을 잇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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