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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2차 정상화 펀드의 출자사와 매각사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업계의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펀드지만 사실상 부실채권을 파는 회사와 사는 회사가 같았던 것이다. 해당 펀드를 통해 한 회사가 자사의 부실채권을 팔고 다시 산 정황도 드러났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조성된 저축은행중앙회의 2차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 출자사는 27개 저축은행이다. 27개사는 총 5112억원을 모아 저축은행업계의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펀드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펀드가 출자사와 매각사가 같은 ‘셀프 매각’ 펀드였다는 점이다. 조선비즈 취재 결과, 2차 정상화 펀드에 부동산 PF 사업장을 매각한 저축은행 역시 27개사로 출자사 27개와 전부 같은 회사들이었다. 부실채권 매각에 참여한 27개 저축은행은 4085억원에 채권을 내놓았고 똑같은 27개사가 이 금액에 채권을 사들인 것이다. 이 27사엔 OK·한국투자·웰컴 등 대형 저축은행과 KB·신한·우리금융·하나·NH 등 5대 금융그룹 계열사 등이 포함돼 있다.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는 저축은행업계의 여신건전성을 회복하고 부동산 PF 위험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지난해 9월 1차 펀드가 조성됐으며 당시 10개 저축은행과 저축은행중앙회가 참여해 330억원의 펀드를 만들었다. 8개 저축은행이 1차 펀드를 통해 236억원어치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을 정리했다. 이후 올해 6월 만들어진 게 셀프 매각 논란을 빚은 2차 펀드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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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펀드와 달리 2차 펀드 때는 출자사와 매각사가 전부 겹쳐 문제가 됐다. 게다가 펀드 조성에 참여한 일부 저축은행이 부실채권을 내놓고 자사의 채권을 그대로 사들이는 등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운용됐다. 펀드에 돈을 댄 비중과 펀드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각한 비중도 대부분 같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2차 펀드에서는 출자사와 매각사가 거의 같고 출자 비율도 매각 채권과 매칭(연결)돼 있어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들이 셀프 매각을 시도한 배경엔 ‘이 값에 부동산 PF 채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속내가 있다. 금융 당국의 부동산 PF 정리 압박이 거세졌으나 2금융권은 잠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부동산 PF 채권에 대한 포기를 주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면 부실로 분류된 채권도 정상화돼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산 아래 펀드에 참여한 저축은행은 채권을 팔고 사는 과정에서 채권 이력을 갱신해 연체 이력을 청산하고 해당 채권을 계속 보유한다는 실속을 챙길 수 있다. 더불어 부실채권 처분 정책에 동참했다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다.
다만 펀드 조성을 주도한 저축은행중앙회는 2차 펀드 운용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1차 펀드와 2차 펀드 모두 금융 당국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만들었다”며 “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따라 조성했고 2차 펀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상혁 의원은 “금융 당국은 2차 펀드가 부실채권 정리 이연 목적으로 쓰인 게 아닌지 확인하고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 중 편법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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