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뮤직비디오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브루노 마스.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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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가 전세계인들을 중독시키고 있다.
미국 빌보드가 28일(현지시각) 공개한 최신 차트를 보면, 로제의 ‘아파트’는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8위로 진입했다. 케이(K)팝 여성 가수 가운데 최고 성적이다. 기존 기록은 2020년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스가 함께 불렀던 ‘아이스크림’(13위)이었다. 로제는 본인이 2021년 발표한 ‘온 더 그라운드’(70위) 기록도 가뿐히 넘어섰다. 벌써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빌보드 성적은 예견된 것이었다. ‘아파트’는 앞서 25일(현지시각) 영국의 오피셜 싱글 차트에 4위로 진입했다. 지난 18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공개된 지 닷새 만에 조회수 1억회를 넘겼고, 29일 오전 현재 1억8천만회 넘는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세계 3대 음원 플랫폼인 유튜브뮤직·스포티파이·애플뮤직에서 모두 글로벌 1위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선 멜론·지니뮤직·벅스 등 음원차트에서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지금 지구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수일이 1982년 발표한 ‘아파트’까지 덩달아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에 따르면, 27일 기준 윤수일의 ‘아파트’는 로제의 ‘아파트’가 나온 18일에 견줘 스트리밍이 383%나 늘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로제의 ‘아파트’ 인기가 올라가면서 윤수일의 ‘아파트’ 스트리밍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유튜브에선 로제의 ‘아파트’와 윤수일의 ‘아파트’를 섞은 리믹스 음원도 수십만회 조회수를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제 ‘아파트’ 뮤직비디오 한 장면. 더블랙레이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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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인기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반복되는 중독성 강한 후크와 그래미상을 15회나 수상한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의 ‘찰떡 협업’을 꼽는다. 조혜림 음악콘텐츠 기획자는 “2000년대 에이브릴 라빈의 ‘걸프렌드’ 등이 연상되는 복고 록 음악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한국어 발음으로 정확하게 노래한 ‘아파트’의 강력한 후크 구간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고 짚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로제가 미국 현지 레이블 계약을 애틀랜틱 레코드와 했는데 같은 회사 소속인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이 성사돼 큰 성과를 내고 있다”며 “브루노 마스가 레이디 가가와 함께 부른 ‘다이 위드 어 스마일’도 큰 인기를 끄는 상황이어서 시너지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블랙핑크 안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던 로제의 솔로 작품에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브루노 마스와 같이 노래를 했다는 점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아파트’ 열풍이 케이팝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케이팝에서 ‘케이’를 떼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우선주의’가 화두인데, 로제의 ‘아파트’는 이를 역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369 게임’으로 익숙한, 한국 젊은층의 술자리 게임 구전 멜로디를 차용했고, 노래 앞부분에선 “채영(로제 본명)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는 한국말이 또렷하게 들린다. “건배 건배”라는 한국말 가사도 나온다. 브루노 마스가 직접 연출에 참여한 뮤직비디오에선 그가 소주를 마시는 포즈를 취하고 태극기를 흔든다.
정덕현 평론가는 “한국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케이팝의 정수일 수도 있다”며 “케이팝은 세계 주류 음악 시장에서 비주류의 정서를 대변하는데, ‘아파트’는 이러한 비주류 감성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케이팝에서 케이를 떼자는 것은 로컬만이 갖고 있는 소소한 것들을 살려야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파트’의 인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일각에선 과거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지구적 대유행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한편, 그때와는 음악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도헌 평론가는 “‘강남스타일’의 경우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처음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여서 말춤 챌린지 영상이 더 주목을 받은 측면이 있다”며 “현재 동영상 플랫폼과 콘텐츠가 그때보다 훨씬 다양해졌기 때문에 ‘강남스타일’만큼의 파급력이 나올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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