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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대통령 “러, 총선 개입 의혹”… 美-EU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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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당선… 親러 집권당과 대립

“러 ‘특별 작전’의 희생자 돼” 주장

동아일보

26일 치러진 총선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인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이 단독 과반을 달성한 가운데 무소속인 대통령과 야권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서방에서도 “선거 부정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사진)은 27일 여당 ‘조지아의 꿈’의 총선 승리에 대해 “야당과 마찬가지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조지아는 러시아의 ‘특별 작전’ 희생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야당 측은 또한 28일 오후 수도 트빌리시에서 개최하는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동참해 주길 국민에게 호소했다. ‘변화를 위한 연합’ 등 일부 야당은 부정선거를 이유로 의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2018년 무소속이지만 여당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오른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조지아가 2020년 의원 내각제로 바뀌며 행정수반의 실권을 집권 여당 소속인 이라클리 코바히제 총리에게 내줬다. 이후 친서방 노선을 표방하며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조지아 총선은 해외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공화연구소(IRI) 등은 “투표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조지아 총선에 대한 조사 요구를 지지한다”며 의혹 규명을 촉구했다.

집권 여당인 조지아의 꿈은 2012년 집권한 이래 친러 성향을 이어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거부했으며, 올 5월 반정부 성향의 언론과 비정부기구(NGO) 등을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해 탄압하는 법도 제정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의혹이 심각해지면 친서방 성향인 군대가 개입할 수도 있다”며 “다만 2020년에도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지만 시위는 사그라들었다”고 전했다. 코바히제 총리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야당은 2016년부터 매번 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동유럽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EU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조지아는 물론이고 지난달 20일 몰도바에서도 대선 1차 투표에서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는 등 동유럽에서 EU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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