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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재용 재판' 삼성합병 공방…승계작업 vs 오히려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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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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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1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세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이번 재판에선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적법성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삼성이 이 회장의 승계 문제를 해소하고자 합병을 불법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측은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2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 기일을 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자본시장법 위반 및 배임 혐의에 대해 심리했다. 이날 1시 40분경 법원에 출석한 이 회장은 분식회계 혐의 추가에 대한 생각, 등기이사 복귀, 2심 판결 전망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영업이익과 총자산은 제일모직 대비 3배에 달했으나 합병 비율(1대 0.35)은 물산 주주들에 약 10배 불리한 상황이었다"며 "합병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는 상황에서 합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데 검찰은 이 회장이 합병 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되면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투병 후 삼성이 합병을 갑작스럽게 추진해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프로젝트 G' 문건을 만들어 사업성 검토 없이 합병을 추진했고 해당 문건을 작성한 삼성생명 직원 스스로가 이를 승계작업의 일환이라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합병은 양사가 결정한 것이라고 홍보했으나 물산이 모직에 합병을 제안한 후 한 달 만에 합병 준비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이는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합병을 급하게 추진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양사는 2015년 4월 중순까지 합병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미전실은 모직 상장 전후로 합병 계획을 세웠다"며 "2015년 4월 말 미전실이 합병 추진안을 작성하고 이를 이재용 회장이 승인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직 주식은 고평가, 물산 주식은 저평가 시장 상황에서 합병을 서둘러 추진하기로 한 것이 공소사실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합병이 이 회장에 유리하게 작용하려면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모직 가치는 높았어야 했고 물산 가치는 낮았어야 했다. 이를 위해 물산이 호재성 정보를 숨겼고 경영진은 주가가 불리한 상황에서 미전실의 합병 지시를 따른 것은 명백한 배임 행위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검찰은 이사회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검찰은 "1심 재판부는 사외이사들이 (합병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고 했으나 합병 소식은 이사회 전날 전달됐고 일부 이사는 전날 찾아와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합병을) 물리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합병이 물산 및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이었고 승계를 위한 약탈적 불법 합병 등을 공소사실의 핵심 전제로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물산 주주들에 손해가 발생하는 합병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원심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는 물산 주가를 낮추고 모직을 높이는 등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시작했으나 4년 동안의 수사 결과 합병을 조작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공소장에도 합병비율 조작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병 전 모직 주가는 사업 안정성,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다는 이유로 상승세"였다며 "국민연금도 합병 결정 전까지 모직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상장 후 해외 건설 우려, 어닝쇼크 등의 이유로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했다"며 "2011년부터 대형 건설사들은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세였으나 물산 주가는 대우건설 등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덜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합병을 위해 삼성이 물산 주식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이전부터 물산 주식은 하락세였다고 반박한 것이다.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대로 약탈적 합병을 했다면 물산이 어떻게 지배구조의 수혜주가 될 수 있었겠냐"며 "지배구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물산 주가도 상승했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모직 상장일 발표에도 물산 주식은 상승했다"고 꼬집었다. 또 "합병을 발표한 이후 물산 주가만 오른 게 아니라 모직 주가도 상한가였다"며 "불리한 합병이라면 두 회사가 어떻게 합병 후 상한가가 될 수 있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들도 합병 후 효과로 꼽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바이오 사업 수익성, 부채비율 감소, 지배구조 측면 위상 강화, 신용등급 상승 등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사업을 보유하고 있기에 삼성물산 주가가 선방하고 있다는 시장 판단도 검찰이 반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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