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공동묘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오른쪽)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생존 인질 귀환을 위해 휴전 협상이 필요하다”며 하마스 궤멸을 주장하는 네타냐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웠다. 예루살렘=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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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줄곧 전쟁 대응 노선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온건파’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가 1년 넘게 억류 중인 민간인 인질의 무사 귀환을 위해 이스라엘 측이 “고통스러운 양보를 해야 한다”고 27일 주장했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 측은 즉각 ‘갈란트 장관 경질설’로 맞섰다.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카타르에서는 같은 날 2개월 만에 고위급 협상이 열렸다. 하마스가 인질 4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2일간 휴전하는 이른바 ‘스몰딜(small deal)’ 안이 등장했지만 이스라엘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의 승자가 결정된 후에야 협상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CNN 등이 전했다.
● 갈란트 “인질 위해 양보” VS 네타냐후 “경질”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27일 이번 전쟁의 전사자 추모식에서 “군사 작전으로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인질 귀환이라는 도덕적 의무를 달성하려면 고통스러운 양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 인질들을 무사히 돌려받으려면 하마스의 휴전 조건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하마스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책만 지속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세로 큰 타격을 입은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하마스는 군사조직의 기능을, 헤즈볼라는 고위 간부와 미사일 비축분을 대부분 잃었다”고 밀했다. 특히 이란이 이스라엘을 위협하기 위해 두 조직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달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후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기를 원하는 점을 비판한 바 있다. 이 회랑 내 이스라엘군 주둔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크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당시 그는 “인질 사망이 계속되는데도 우리의 목표(필라델피 회랑 내 군 주둔)를 고집하는 것은 도덕적 수치”라고 했다. 그가 25일 네타냐후 총리, 내각, 군 고위급에 보낸 성명에서 ‘휴전 후 가자지구에 자치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점 또한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런 갈란트 장관을 경질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 측은 자신이 이끄는 극우 연정에 참여하는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계 정당들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이스라엘 공영 칸방송 등이 전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부족으로 최근 네타냐후 정권은 그간 병역 의무를 면제받았던 하레디의 징집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하레디계 정당에 ‘징집 취소’라는 당근을 주고 그 대가로 갈란트 장관 경질에 대한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 “네타냐후, 美 대선 전 협상 안 할 듯”
한편 27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는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다비드 바르네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 등이 참석했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상대적으로 협상 참여 의지가 약하단 평가가 많다. 미 대선 승자가 확정된 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16일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제거했다. 이후 양측이 휴전 협상에 나설 것이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바람과 달리 이스라엘은 연일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를 강화했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무슬림 유권자 이탈을 걱정하는 바이든 행정부로선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은 격화되지 않고 있다. 이란이 1일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후 26일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란의 재보복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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