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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30분 줄 서 "OOO 찍겠다"…박빙 지지율에 미 사전투표소 열기 '후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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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대선 해리스 vs 트럼프 초박빙 대결,
4100만 명 사전투표해 총 투표율 기록 가능성도…
주말 사전투표 시작한 뉴저지 투표소 열기 뜨거워

머니투데이

2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리버베일 투표소에서 만난 숀 씨는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며 젊은 근로자로서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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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지금처럼 말 그대로 어마어마(literally enormous)하게 올린 건 현 정부 사람들이에요. 열심히 일해도 저축을 하거나 집을 살 수 없다는 현실에 너무 화가 납니다. 선거일에는 친구와 여행을 떠날 예정인데, 오늘 반드시 도널프 트럼프에게 투표할 겁니다."

미국 동부시간 일요일인 27일 오후 1시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리버베일 타운 양로원에 마련된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31세 숀 씨는 지지후보 공개를 꺼리지 않았다.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전날인 26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적잖은 트럼프 지지자가 타국 미디어에 정치 색깔을 밝히길 꺼려하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인 것과 달리 젊은 근로자 계층인 그는 이른바 '정권 심판론'을 당당하게 강조하며 투표권 행사 이유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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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찾은 뉴저지주 리버베일 사전 투표소는 각자의 대선 후보 지지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몰려든 유권자들도 인산인해를 이뤘고 줄을 선 상태에서 투표까지는 최소 30분 이상이 걸렸다. /사진=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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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는 대체로 민주당의 지지기반으로 꼽힌다. 뉴욕 인근에 있어 맨해튼 출퇴근자가 많아 고소득자들이 거주하는 타운이 즐비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찾아온 인플레이션은 한 해 10만 달러(약 1억 3870만원) 이상을 버는 근로자들의 삶마저 피폐하게 만들었다. 세금과 연금, 집세를 빼면 남는 게 고작 2000~3000달러(277만~415만원) 수준인데 식비와 외식비까지 크게 올라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 하나를 키우기도 벅찬 것이 최근의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숀 씨는 "트럼프를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나 카멀라 해리스가 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몸이 불편해 보행 보조차에 의지해 투표하러 온 노년 여성 맥클레인 여사도 트럼프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그녀는 "트럼프가 최근 유세를 통해 사전투표에서 보수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다"며 "많은 수의 불법 이민자들이 이 정부 들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건강보험이나 각종 사회보장 관련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저지주 사전투표 이틀째인 이날 투표소로는 쉴 새 없이 유권자와 그들을 태운 자동차가 밀려들고 있었다. 2020년에 이어 올해 대선에서도 투표소 행정 임무를 맡은 백발의 봉사자는 공무 중이라는 이유로 이름 밝히길 거절했지만 투표열기에 대해서는 "대선에 나선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워낙 박빙인 상황이라서 그런지 체감상 4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로 밀려들고 있다"며 "줄을 선 시간부터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투표가 가능하며,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민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공화당 지지자들도 상당수가 사전투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대학교 선거연구소는 이날 오후 기준 미국 전역에서 4100만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마쳤다고 보고했다. 우편투표가 2100만건이고 현장 사전투표가 약 2050만건이다. 4년 전 대선 투표율이 120년 만에 최고치인 1억190만명(67%)이었지만 이번엔 이를 넘어설 거란 예상도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깨질 분위기라는 것이다. CNN 조사 결과 26개주 데이터에서 현재까지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32%가 사전투표를 했는데 이는 4년 전(27%)보다 5%포인트(p) 높은 수치다. 반대로 민주당 성향 유권자는 42%가 사전 투표를 해 지난 대선(47%)보다 비율이 5%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미리 결집하는 까닭은 고조된 정치적 관심 외에도 4년 전 선거에서 이를 불신했던 트럼프가 스스로도 사전투표에 나서겠다고 최근 공언한 것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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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리버베일 투표소에는 아이를 안은 가족단위의 유권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선거가 박빙 상황이라 당일 선약이 있는 유권자들은 사표 방지를 위해 사전 투표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사진=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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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뉴저지주 리버베일 투표소에는 거동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지인이나 가족들의 도움과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서라도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노년층도 적잖았다. /사진=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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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온 중년남성인 로버트(53) 씨는 외관상 기운과는 달리 "해리스를 지지하며, 트럼프가 암살 시도에서 살아났지만 그의 가족들이 공화당 전당대회를 마치 가족잔치처럼 만드는 것에 절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원래 공화당 지지자이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시절 대법원을 우경화하여 사회를 후퇴시키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가 다시 재임하는 것은 재앙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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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리버베일 투표소 정문에는 한인 유권층을 배려한 한글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사진=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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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의 말대로 양당의 정책이나 후보들 서로의 장점을 가리기보다는 이른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다만 사전투표 열기를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 불신과 혐오에 따른 기권표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거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CBS가 지난 25일까지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합주 유권자는 해리스와 트럼프 지지율이 정확히 50% 대 50%로 갈렸다. 전국 지지율 측면에서는 오차범위 이내에서 해리스가 1%p 정도 앞서지만 선거 결정의 핵심인 경합주 경쟁에서는 투표 마감일에 가까워질수록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는 것이다. 여론이 이렇게 반반으로 나뉘다보니 부동층(浮動層) 유권자들은 사표 우려를 덜고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권리행사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만난 한인 유권자들의 지지의사도 반반으로 나뉘었다. 이민 1.5세 유권자인 서모(58) 씨는 "민주당이 오바마 시절부터 의료보험 개혁을 한다고 해놓고는 개악을 했고 중산층들이 그 멍에를 뒤집어쓰게 됐다"며 "아이들 교육적 측면에서도 공립학교에서 성정체성과 관련해 지나친 자유주의적 정신을 강요한다거나, 남녀 차이를 명확하게 가르치는 카톨릭 혹은 개신교 재단 사립학교에는 공적지원을 끊는 방식으로 (민주당이) 그릇된 사상을 주입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계 3세 유권자인 김모(34) 씨는 "트럼프가 결집시키려는 백인 아메리칸들은 이미 기득권을 모두 쥐고 있으면서도 그걸 자유주의 진영에 뺏기지 않으려하는 조바심이 엿보인다"며 "미국은 다양성의 힘으로 세계최강의 부국이 된 것인데, 이를 부정하고 국경이나 무역에 장벽을 치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려는 것은 이 나라의 건국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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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리버베일 투표소 주차장 진입이 유권자 행렬로 어려움을 겪자 주변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걸어서 권리행사를 하는 이들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사진=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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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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