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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정부 “개별 단위 파병은 국회 동의 불필요”…대북 심리전단 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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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참모장이 지난 노동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2020년 10월 10일)에서 인민군 특수작전군 사령관으로서 열병대오를 이끄는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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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군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이 구체화하면 우크라이나 현지에 참관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참관단을 파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부에서 필요한 검토와 조치들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가 언급해 드릴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를 국정원이 심문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가정보원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가자 전쟁이 일어난 뒤 정보 요원들을 현지에 파견해 북한 무기 유입 경로와 성능, 전쟁 양상 정보를 수집·분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참관단 파견에 무게를 두면서 비전투병 파견의 경우에도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 조짐이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등 종합 국정감사에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참관단 파견 문제를 두고 야당 의원과 정부, 여당 의원 간 논쟁이 있었는데, 규모가 있는 부대 차원의 파병이 아닌 소규모 개별 파견일 경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여야 의원들 의견이 갈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케이오(PKO·Peace Keeping Operation·유엔 평화유지활동)를 전장에 파견할 때 비전투 목적 파견이어도 군인을 파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는다”며 “전장 지역에 모니터링 요원을 1명 파견하든 3명을 파견하든 군대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까지 지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섰고 운용 병력 파견도 이뤄질 수 있다고 얘기하던데, 정보병과나 적 전술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군사요원 파병도 검토되고 있느냐”고 물었고, 김용현 국방장관은 “파병 문제는 검토된 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인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해외에 우리 군을 파병할 때, 부대 단위 파병은 국회의 동의가 맞지만 개별 단위 파견은 장관이 (결정해 진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용현 국방장관도 “파병하더라도 규모·기간·임무를 고려해서 개별 차원의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장관 승인 아래 할 수가 있다”고 답했다.



정부 태도로 미뤄보면, 대규모 북한군 전투병 파병이 현실화되면 한국 인원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북한군 전쟁 수행능력, 북한군 전략전술, 전쟁 교훈 등을 분석하고, 북한군 포로 심문, 북한군 대상 심리전 등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한겨레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한국 정부 및 정치권반응 문제점과 대응방향\' 긴급좌담회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가운데),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왼쪽에서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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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1960년대 우리 정부의 베트남전 파병 당시 북한이 보인 대응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쪽 기록을 보면, 당시 북한은 베트남에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과 함께 심리전 공작 전문가 35명을 파견했다. 심리전의 대상은 남베트남전선에 있는 한국 장병이었다. 북베트남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한국 병사들이 총을 버리고 전쟁터를 떠나 귀국할 것을 설득하는 심리전을 주로 펼쳤는데, 여기엔 당시 베트남에 한국말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점도 작용했다. 당시 북한 전문가들은 전쟁으로 아이를 잃은 베트남 어머니들의 편지를 한국말로 번역해 국군 장병에게 ‘총을 내려놓으라’고 호소하고 한국어 전단 및 선전용 그림, 책자 등도 제작했다고 한다.



베트남전에서 실종된 한국군 장병들이 북한 평양에 등장한 것도 북한 심리전과 관련 있다. 베트남전 당시 실종돼 북한으로 갔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참전 군인은 모두 4명인데, 지난 2009년 국방부는 애초 월북자로 분류했던 안학수 하사를 처음으로 납북자로 인정했다. 국방부는 실종자 4명 가운데 2명은 월북, 1명은 납북, 1명은 생사불명으로 분류했다. 자진 월북자는 전투 중 총을 버리고 항복해 현지 북한 대사관에 인계돼 북한으로 갔고 납북자는 전투 중 포로가 된 뒤 북한 심리전 전문가들에 의해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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