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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깔릴 뻔하다 겨우 탈출했어요"... 핫플 성수동의 밤, 게릴라 인파에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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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행사, 인파 몰려 조기 중단
브랜드 행사는 법상 신고의무 없어
한국일보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프라다 행사에 모인 인파. 정원오 성동구청장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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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하고 탈출했습니다. 인파 장난 아니던데 안전 퇴근하세요."
(성수동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

불금(불타는 금요일)만큼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목요일은 24일 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명품 브랜드 '프라다' 행사에선, 좁은 길에 700명 인파가 한 번에 몰리며 차와 사람이 뒤섞이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비슷한 일은 7월에도 있었다. 이 인근 음악공연에 수천 명이 몰렸다. 행사 때마다 좁은 길에 인파가 단기간에 몰리는 성수동의 특성을 고려해 촘촘한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성동구청과 성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프라다 주최 포토월 행사는 24일 오후 9시 30분 성수동 소재 캔디 성수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해당 행사는 프라다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음악 파티 형식의 이벤트로 변우석 김태리 카리나 등 수많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참석했다.

팬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자리였으나 행사장은 협소했다. 건물은 인도·차도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 골목에 있었는데, 평소에도 통행량이 적지 않은 곳이다. 오후 6시 40분쯤부터 경찰에 '밀집 사고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가 네 건이나 연달아 접수됐고, 인근에서 버스와 승용차 간 접촉 사고까지 발생했다. 결국 구청이 주최 측에 "자발적으로 행사를 종료해 달라"고 요구해, 당초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행사는 오후 10시 45분에 끝났다.
한국일보

24일 오후 8시 45분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프라다 행사에 모인 인파. X 캡처


공연법상 '공연' 아닌 행사 우후죽순


성수동은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다. 매달 평균 90개의 팝업스토어(단기 매장)가 생기고, 각종 브랜드 행사에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골목마다 '맛집'으로 꼽히는 식당도 많아 대기 줄이 길다. 인파 밀집으로 인한 사건도 덩달아 빈발하는데, 올해 7월에는 성수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보일러룸 서울 2024' 콘서트가 2시간 만에 압사 위험 등 안전상 이유로 중단됐다.

성수동 상황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처 예상치 못한 '게릴라 밀집'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연법에 따르면 공연장 외 시설이나 장소에서 1,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의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재해대처 계획'을 수립해 신고하고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성수동 행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브랜드 자체 이벤트는 현행법상 '공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래서 구청에 재해대처계획서를 제출하거나 행사 일정을 신고할 필요가 없다. 프라다 측도 행사 전 경호 인력을 배치하며 경찰에 '경비업 신고'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예고되지 않은 인파 쏠림 탓에 지방자치단체와 경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행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고, 공연에 해당하는 행사 역시 사전 계획을 받더라도 지자체나 경찰이 일일이 개입하기 쉽지 않아서다. 성동서 관계자는 "성수동은 과거 공장지대였던 만큼 지형적 특성상 길이 좁고 이면도로가 대부분이라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면서 "구청과 협업해 관할 내 행사 정보를 파악하려 하지만, 모든 행사에 대해 위험성 판단을 하기가 어렵고 경찰 인력을 투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효성 있는 인파 관리 대책 마련 필수"


구청은 경찰과 협업을 강화해 행사 안전 문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성동구청과 성동서는 앞서 보일러룸 인파 밀집 사태 이후 관내에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있는 모든 행사·공연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공연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객석 중심의 공연장을 전제로 한 기존 공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행사에 대해 각계가 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공연 요건에 집착하기보다 '면적당 몇 명 이상' 밀집할 것으로 예상되면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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