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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북한 파병, 모든 노력 필요한 안보 위기 [안호영의 실사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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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우크라 파병 이후 더 강화될 북·러 협력
북한 파병 병력에 대한 현지 심리전부터
북한 전술핵 사용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국일보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21일 오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및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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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북한 방문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차례 만남, 2만 개가 넘는 콘테이너에 실린 포탄과 미사일 제공 등 북러 관계는 급속히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제 급기야 북한이 러시아에 1만5,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북한의 파병은 국제 질서를 철저히 무시해 온 북한과 러시아 기준에서 봐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군에 러시아 군복과 개인 무기를 지급해 이들이 북한군임을 숨기려 하고 있고,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는 파병에 대해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한이 파병하는 병력이 최정예 병력이라 우크라이나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매일 1,000명 이상의 병력을 잃고 있는 러시아군이 다른 나라 병력을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이용해 온 전력에 비춰 북한군도 유사한 취급을 받아 엄청난 병력 손실을 입게 되리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그 영향을 예측하는 건 성급해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러 관계가 더 위험한 방향으로 전개돼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사태 전개에 따라 정부도 적절한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이후 정부 발표에서 두 가지를 주목했다. 첫째, 파병 이후 "북러 군사 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조치를 실행해 나갈 텐데, 이것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용, 그리고 상황에 따라 공격용 무기 제공까지 검토한다는 것이다. 둘째, 나토와의 공조를 우선하고, 이를 위한 인력을 파견한다는 것이다. 나토와의 공조는 꼭 필요하고, 그간 우리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고도 기술을 제공할 것을 염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피해 왔으므로 우리 대응조치를 상대방 조치에 연계한 것은 기술 이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무기를 보낸다면 제공한 무기 체계의 효과적 이용을 자문하기 위한 소규모 병력 파견도 고려돼야 한다.

또 하나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에 보내진 북한 군인들에 대한 심리전이다. 이들은 명분 없는 전쟁에 총알받이로 보내졌고, 본인들도 전장에서 이것을 심각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심리전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우리에 대한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그간 북한은 미러, 미중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환영하고 그런 환경에서 특히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또 핵무기·미사일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 왔는데, 2030년이 되면 핵탄두 또는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의 양이 약 250기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계기로 그들의 재래식 전투 능력·핵능력이 향상됐다고 오판할 경우, 서해에서 그들이 주장해 온 해상군사분계선을 군사력으로 확보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북한이 이런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단호하고 강력하게 이를 응징해 조기에 전투를 종결해야 한다. 북한이 전술핵 무기를 이용해 전장이 확산될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대량 응징 보복 능력을 확보하고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한미 간에 채택한 핵협의 그룹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작전화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보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필요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때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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