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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갈아타기(현물 이전)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계가 자사 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늘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ETF로 대표되는 원리금 비보장성(고위험·고수익) 상품 투자 비중이 전체 수익률을 판가름하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27일 매일경제가 적립금 규모 상위 10개사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ETF 취급 상품 수(DC·IRP형 합산)를 집계한 결과 지난 6월 말 대비 504개(1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던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들도 현물 이전 시행을 앞두고 129개 상품을 추가(5.67%)했다. 그 결과 업체별 취급 상품 수는 평균 800개를 넘어섰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은행과 보험사(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삼성생명)들은 ETF 375개를 추가(19.4%)했다. 업체별 평균 취급 상품 수는 276개에서 330개로 늘었으며, 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500개가 넘는 상품을 보유하게 됐다.
최정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최근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 전에 상품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묻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특히 수익률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은 이미 사전 조사까지 마치고 전문가를 통해 사후 검증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일경제가 최근 5년간 원리금 비보장성 상품(IRP, 최신 자료인 3분기 기준)의 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IBK기업은행(4.45%)은 증권사들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오를 만한 기록을 냈다. 그러나 통합 수익률은 은행권 안에서도 저조한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원리금 비보장성 적립금 비중이 15% 수준(원리금 보장·비보장 합산 대비)에 그친 결과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50%가 넘는 비보장성 비중을 보이고 있으며, 수익률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60%를 넘기고 있다.
이처럼 투자 비중 격차가 큰 것은 가입자의 투자 성향 차이도 작용했지만, 은행 퇴직연금 계좌로는 비보장성 상품에 투자할 때 제약 사항이 많다는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은행과 보험사의 퇴직연금 계좌로는 실시간 ETF 매매가 불가능하다. 증시 변동성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 속에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퇴직연금 계좌는 시장 대응에 한 발 늦을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증권업계는 퇴직연금 운용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알고리즘으로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영업점 연금센터에 경력 10년 이상의 프라이빗뱅커(PB)를 배치해 연금 상담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확대했다.
은행권도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 강화, 전문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를 무기로 수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B국민은행은 1대1 자산 관리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 전문가와 바로 상담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4개월간 펀드·ETF 확대 폭이 가장 크며, 하나은행은 투자 상품군에 채권을 추가하고 비대면 채널을 통해 실물 이전 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이렉트 마케팅팀을 신설해 상담 수요를 끌어올 계획이며, 주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IRP 비대면 수수료를 면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재정 부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아직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 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은 미흡하지만 2050년께 국민연금을 초과하는 최대 노후기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 / 김정환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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