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상 ‘재정신청’, 검찰의 불공정 견제 목적
고소인만 재정신청 가능 ‘한계’, 법 개정안 발의도
검찰 스스로 판단하는 ‘항고’로 구제 기대 어려워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헸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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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 역할을 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법원 판사에게 불기소 처분이 정당한지 판단해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다. 법원이 공소 제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재정신청 제도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채택됐다. 정치적 외압 등을 이유로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불공정·불공평하게 행사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유신정권 시절이던 1973년 재정신청 대상 범죄가 크게 축소됐다가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대상을 모든 범죄로 전면 확대했다. 하지만 신청권자는 ‘고소인’에게 국한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최강욱 전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시작됐다. 최 전 대표는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를 예고했는데, 재정신청은 할 수 없다. 재정신청은 고소인만 할 수 있으므로, 최 전 대표나 시민단체와 같은 ‘고발인’ 신분에선 신청조차 못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고소인은 나서지 않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으로는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에 대한 외부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260조는 재정신청자를 ‘고소를 한 자’로 규정했다. 형법상 공무원의 직권남용이나 불법체포, 감금, 폭행과 가혹행위, 피의사실 공표 등의 혐의는 ‘고발인’도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이는 군사법원법이나 공직선거법과 차이가 있다. 군사법원법 301조는 ‘고소나 고발을 한 사람’ 누구나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공직선거법 273조도 ‘고발을 할 후보자와 정당(중앙당) 및 해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점이 재조명됐고,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재정신청자를 ‘고소인 또는 고발인’으로 확대하고, 재정신청 심리와 결정은 ‘재정신청인 등 사건 관계인에게 출석을 요구해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지방법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을 비판하면서 “검사가 기소를 독점해 벌어진 일로,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 처분 행사 및 남용을 바로잡기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재정신청 제도 확대는 법조계에선 오래 논의된 주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재정신청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이듬해 ‘재정신청 대상 범죄를 기존 고소 사건에서 고발 사건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주요하게 담은 법 개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6년 ‘재정신청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권력형 부패 및 비리사건, 직무유기 등과 같은 국가·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는 구체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거나 피해자가 너무 광범위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며 “고발인에게까지 재정신청 자격을 부여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할 방법이 재정신청만 있는 건 아니다. 항고와 재항고 제도도 있다. 다만 재정신청과 달리 항고와 재항고는 판단을 검찰이 스스로 한다. 스스로 내린 결론이 항고나 재항고에서 뒤집힌 사례는 별로 없다. 서울고검 통계를 보면 연간 접수되는 항고사건 중 ‘재기 수사명령’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한 변호사는 “항고나 재항고는 검찰청 내부 교정과정이어서 결론이 바뀌기가 너무 어렵다”며 “검찰의 자의적인 불기소 처분에 대한 통제 수단을 위해 재정신청자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재정신청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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