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6월26일 오후 대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와 학교 관리자 등 관련자 모두를 불송치 한 경찰의 결정을 규탄했다. 최예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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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부모의 반복된 민원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학부모를 기소했다. 경찰의 무혐의 결정을 뒤집은 이례적 기소로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22일, 숨진 ㄱ 교사 유족에게 고소당한 학부모 ㄴ씨 부부를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아내인 ㄴ씨는 ㄱ 교사와 관련해 ‘자신의 아이를 인민재판 했다’는 등의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남편 ㄷ씨는 ㄱ 교사가 숨진 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허위 사실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ㄴ씨는 자녀의 담임이었던 ㄱ 교사에게 반복해 민원을 제기하고, 학교폭력과 아동학대 등으로 ㄱ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대전시교육청 조사 결과 이들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국민신문고 7차례, 방문 4차례, 전화 3차례, 아동학대·학폭위 신고 각각 1차례 등 총 16차례 ㄱ 교사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ㄱ 교사는 경찰 조사 결과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ㄴ씨는 2021년 4월과 2022년 3월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계속되는 민원에 ㄱ 교사는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교감은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만 한 뒤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결국 ㄱ 교사는 수년간 이어진 민원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2022년 9월 생을 마감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6월 공무상 재해로 ㄱ 교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그러나 순직 인정 다음날인 지난 6월26일 경찰은 ㄱ 교사 유족이 고소한 ㄴ씨 부부 등 학부모 8명(공무집행방해·명예훼손·협박 등 혐의)과 2019년 당시 학교 교장·교감 등 2명(직권남용·직무유기) 등 모두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무혐의 불송치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민원을 넣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판단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 조사 결과 정당한 수단을 넘어선 폭력이나 구체적인 협박 등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유족과 교원 단체는 즉각 반발해 재수사를 요청했고, 검찰은 경찰과 달리 ㄴ씨 부부의 행위가 형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가해 학부모의 공무집행 방해와 관리자인 교장·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선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대전교사노조는 지난 23일 낸 성명에서 “교권침해의 가장 큰 부분인 악성 민원과 부당 간섭은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방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다. 이 부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며 “관리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도 교권침해를 당하는 교사를 보호해야 할 관리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교사노조는 “이번 검찰 수사 결과는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건을 비롯해 교사 순직 사건의 가해 학부모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에 비춰보면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가해 학부모에 대한 첫 형사처벌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고, ㄴ씨 부부가 처벌돼 악질적인 교권침해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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