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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북괴군 폭격'이 사적 대화라면 더 큰 문제 아닌가[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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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신원식 텔레그램 '후폭풍' 지속…野, 제명‧해임 촉구

與 "사적 대화를 정쟁에 이용…北에는 입도 뻥긋 못하면서" 반박

육사 선후배 外 공적 직무관계 없어…'미사일 타격'이 사적 대화?

사적 대화에서 공적 논의 이뤄지는 게 '비선실세'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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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한기호·신원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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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정감사 때 "(우크라이나에) 군사요원 파병도 검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파병 문제는 검토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시각 다른 국감에서 군사요원 현지 파견설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공개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은 이와 사뭇 달랐다.

한 의원이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파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하자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화답했다. 외교‧국방 장관 모두 대통령실 기류와 다른 진술을 한 셈이다.

물론 '연락관'과 '군사요원'은 개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의원이 앞서 17일 국감 때 '참관단' 파견을 주장한 것을 보면 단순 연락관 이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 놀라운 대화는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습니다"는 한 의원의 제언이다. 신 실장은 "넵 잘 챙기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국면전환용 신종 북풍몰이' '위험천만한 전쟁 사주'로 규정하고 한 의원 제명과 신 실장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적 대화'를 공식 입장처럼 호도해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대통령실은 다양한 정책 제언에 대한 의례적 응대였다며 의미를 희석하려 했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25일 두 사람의 대화를 "평생 군과 국토방위를 걱정하며 살아온 분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분노의 토로"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이) 김정은 정권에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면서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대화를 정치적으로 악마화하고 있다"며 오히려 역공(逆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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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독립 언론 아스트라가 공개한 파병 북한군 추정 동영상 캡처.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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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렵고 객관적 사실과도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지난 2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회의록만 보더라도 김병주, 이언주 의원이 북한과 러시아를 강력 규탄하고 파병 중단과 철수를 촉구한 바 있고, 다른 사례도 있을 것이다.

과장‧왜곡이 일반화된 여야 정쟁이라 하더라도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공격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사적 대화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 역시 보편적 상식과 어긋난다. 사적 대화라면 내용도 사적인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육사 선후배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공적, 직접적 직무관계가 아닌 두 사람이 '북괴군 폭격'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넵"이라고 흔쾌히 대답까지 한 것은 결코 사적 대화라 할 수 없다.

사적 대화에서 공적 논의가 터무니 없이 이뤄지는 것, 그게 바로 '비선 실세'이고 '국정 농단'이다. 불과 얼마 전 '계엄령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던 정부‧여당의 자세라고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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