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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저출생에 서울도 초중고 합친다…첫 '이음학교' 가보니 “체육은 따로, 독서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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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해누리초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 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 학교 제공


서울 송파구 해누리초중학교 교문 안에 들어서자 두 무리의 학생들이 서로 몇 미터 떨어진 채로 체육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학교 체육복을 입은 중학생과 알록달록한 사복을 입은 초등생들의 모습이 대비됐다. 초등생과 중학생이 같이 다니는 이 학교는 서울형 통합운영학교인 ‘이음학교’ 첫 사례로 2019년 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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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누리초중이음학교 체육관. 사진은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이고, 복도를 넘어가면 중학생들이 쓰는 같은 크기의 체육관이 또 있다. 사진 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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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찾은 해누리초중학교에선 이음학교의 특이한 구조를 볼 수 있었다. 2개의 체육관 건물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 대칭의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었다. 초·중 9개 학년이 체육 시설을 함께 쓰면 몸집이 작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초등용과 중등용을 따로 지은 것이다.

학교 행사에선 학생들이 두 공간을 오가며 어울린다. 도서관도 초등·중등 서가를 구분해 뒀지만, 두 공간을 막는 벽이 없어서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게 했다. 이 학교 곽윤철 교장은 “졸업을 앞둔 6학년에게 중학교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중학교 생활을 소개해주는 등 교류 시간이 있어서 학생들의 학교 적응이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학교도 저출생 위기…이대부속 중·고 합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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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이대부속고등학교 자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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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위기에 처한 학교들이 ‘통합’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이음학교는 서로 다른 학교급을 통합해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그동안에는 아이들이 없는 농어촌 학교들이 적정 규모를 유지하려는 취지에서 이음학교 모델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출생의 여파로 인구가 많은 서울에서도 학교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해누리초중학교를 시작으로 서울에는 강빛초중학교, 서울체육중고교, 일신여중·잠실여고가 이음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에 5번째 이음학교가 생긴다.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이화 금란중·금란고(각 이대부중·이대부고)가 이음학교로 지정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이런 내용의 행정예고를 했다.

학교를 운영하는 이화학당은 지난 4월 이사회 회의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교육환경 변화와 자사고의 자율권 감소 등을 이유로 들면서 “학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25년 3월부터 통합운영학교로 운영하려 한다”고 했다. 이대부고는 신입생(420명) 충원율이 매년 낮아지면서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포기했다.

이음학교가 되면 교장이 1명으로 줄고, 행정실과 학교운영위원회·학생회 등을 하나로 운영할 수 있다. 학교 행사를 공동 실시하고 급식실 등 시설과 교구를 함께 사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대부중·고가 이음학교가 되면 교육부의 교부금 규모에 따라 (학교에 줄) 지원금 액수를 정하고, 통합 교육과정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지붕 두 가족’ 지적도…학부모도 “학폭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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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 교실 예시.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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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학교가 ‘한 지붕 두 가족’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상 초등교원이 중학생을 가르칠 수 없고, 교육의 연속성을 가지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이음학교 교장은 “초·중학교 교무회의를 같이하려고 시도해봤지만, 학사일정이나 행정이 다르다 보니 30분 중 5분만 공통된 얘기를 할 수 있었다”며 “시간표와 예산 등을 조율하다가도 ‘행정적인 에너지 낭비가 크다’는 자조가 나왔다”고 했다.

학교폭력 등을 이유로 학교가 통합되는 걸 꺼리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서울 은평초·연천중 이음학교 설립 계획은 재학생 학부모 응답자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학제 구분 강한 관성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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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된 지난 3월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여자고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일신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사물놀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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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선 저출생의 영향으로 학교 통합이 불가피한 추세라고 본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전국에서 137개 학교가 폐교했다. 서울은 올해만 성수공고·덕수고(특성화계열)·도봉고가 문을 닫았다.

통합운영학교는 매년 늘었다. 2020년 103교에서 2021년 119교, 2022년 124교다. 지난해(4월 1일 기준)는 초·중 통합 학교가 136교, 중·고 통합학교가 122교, 초·중·고 통합학교가 18개교로 집계됐다.

통합운영학교 교장으로 있었던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통합운영학교가 전국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외국보다 유독 학제를 분리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교원 자격이나 행정 등 측면에서 지금까지 관성에서 벗어나야 실질적으로 통합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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