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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자궁경부암 독자 기술…로슈 20년 독점 판매 [화제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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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주가 2배 ‘바이오다인’


8000원대 주식이 1년 만에 2만1000원대로?

상장사 바이오다인의 주가 추이다. 바이오다인은 국내 최초 암 진단 완전 자동화 검진 장비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다. 기술특례로 2021년 상장했다. 상장 후 한동안은 주가가 부진했다. 매출 등 실적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2021년 매출 38억원, 영업손실 23억원, 이듬해에는 다소 개선돼 매출 122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매출 41억원, 영업손실 21억원으로 고꾸라졌다.

그러다 올해 1월 반전의 계기가 왔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에 기술 수출을 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직접 사 가서 판매대행까지’하는 판권 계약이라 하반기부터 실제 매출이 잡힐 듯 보인다.

매경이코노미

바이오다인 ‘블로윙’ 독자 기술이 들어간 검사 장비. 박스 사진은 검사용 용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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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다인 어떤 회사

‘블로윙(blowing)’ 기술 발군

바이오다인은 액상세포검사(LBC·Liquid Based Cytology) 장비, 암 진단 시약 키트 개발 전문회사다. 특히 건강검진 항목인 자궁경부암 진단 기술에 특화했다. 1999년 설립된 회사를 임욱빈 대표가 2009년 인수했다. 액상세포검사란 폐, 인두 등에서 채취한 세포를 용액에 보존한 후 전용 장비를 이용해 슬라이드에 세포를 얇게 펴 발라(스미어) 현미경으로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를 말한다. 2005년 국내 최초로 자동화 암 진단 액상세포검사 장비 특허를 받았고, 2006년 암 진단을 위한 시약 개발 특허 등을 취득했다.

특히 바이오다인의 핵심 기술인 ‘블로윙(blowing)’ 액상세포검사가 발군이다. 블로윙이란 말 그대로 공기압을 이용해 액상세포 상태 검체를 슬라이드에 펼쳐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전 경쟁사들은 대부분 채취한 세포를 침전식, 필터식 장비를 써서 암 여부를 진단해왔다. 그런데 바이오다인 기술을 적용하자 민감도(전체 양성 확진자 수 중 검사에서 양성으로 선별한 환자의 비율), 음성 예측도(검사에서 음성으로 선별한 환자 중 실제로 음성으로 확진된 환자의 비율) 등에서 종전 방식을 뛰어넘었다.

회사 관계자는 “액상세포검사는 전 세계 3개 회사밖에 없는 특허 기술이다. 이 중 블로윙 방식은 바이오다인 독자 기술로 2000년대 초반에 개발된 다른 기술 대비 검사 정확성과 검체 적합성이 모두 우월하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금은 주로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데 쓰이지만 인후두·갑상선·방광·전립선 등 다양한 암을 진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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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로슈’가 주목

로슈발(發) 매출 연간 1500억 기대

바이오다인이 주목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전 세계 1위 체외진단 업체 로슈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 눈길 끈다. 로슈는 바이오다인의 독자 기술인 블로윙 검사에 주목, 2019년 2월 상용화를 전제로 한 기술 이전 계약을 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3년 블로윙 테크놀로지 특허를 등록한 후 10여개국 해외 총판을 두는 등 해외 시장 개척을 하고 있었다”며 “2018년 일본 총판인 일본 로슈(ROCHE) 소개로 로슈 본사가 찾아오더니 기술 독점판매권을 요청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6년간 검증한 끝에 올해 말 이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년간 장기 독점판매 계약, 바이오다인 기술을 적용한 자체 LBC 장비를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판매하는 바이오다인의 LBC 용액 바이알당 정액 로열티도 받게 됐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진단사들이 개발에 실패했던 LBC 방식을 제3의 방식인 블로윙 검사로 대체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며 “현재까지도 자체 LBC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던 로슈 입장에서 기술 이전·장기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보면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시장에서 2029년 로슈 시장점유율은 40%를 웃돌 것”이며 “이때 발생하는 바이오다인 매출 대부분이 판매 로열티라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로슈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 바이오다인 매출은 로슈발(發)로만 연간 최소 1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본다. 키움증권은 2029년에 이르면 바이오다인의 매출액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2000억원, 영업이익 15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호재가 있다. WHO의 자궁경부암 예방 가이드라인 개정(올해 9월)이다. WHO 가이드라인은 각국 산부인과협회 등에 공유돼 자궁경부암 진단·치료의 ‘지침서’로 사용된다. WHO는 2018년 5월 자궁경부암 퇴치행동 촉구문을 발표하고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양성 판정 후 질확대경검사를 받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최근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질확대경검사 전 HPV 양성 환자 관련 분류 검사로 로슈의 신테크플러스(CINtec PLUS) 검사 단계를 추가했다.

이 검사는 한 여성이 HPV 유전자 검사에서 고위험군 양성으로 나왔을 때 자궁경부암 발생 관련 단백질 바이오마커(p16·Ki-67)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두 가지 바이오마커를 견줘 암 위험도를 확인하기 때문에 ‘이중면역염색검사’라고도 한다. 로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CE 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검사인데 여기에 바이오다인 기술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로슈가 잘되면 덩달아 바이오다인도 잘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자궁경부암 진단 시장은 지난해 81억달러(약 10조9000억원), 2030년에는 130억달러(약 17조5000억원)로 훌쩍 커질 전망이다.

자궁경부암 외에도 기술 적용

‘WHO 가이드라인’ 호재 의존 말아야

주가가 꽤 올랐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상승세를 점치는 의견이 적잖다. 자궁경부암 외 비부인과 제품(호흡기, 소변, 체액, 흡인검체 등을 진단하는 제품)에도 독자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봐서다. 그래서 바이오다인은 이 분야 제품 개발이 되면 로슈에 완제품을 공급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구조의 계약을 이미 체결해놓은 상황이다.

더불어 또 다른 특허 기술인 자궁경부암 자가채취 브러시(Earlypap Brush)를 개발, 곧 신제품이 나온다는 점도 지켜볼 만한 점이다. 자가채취 브러시는 수검자가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 자궁경부 세포를 직접 채취할 수 있게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회사 측은 “여성 수검자의 검체 채취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WHO 저개발·후진국 검진 사업에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불안 요인도 있다.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WHO 가이드라인이 의사들의 ‘교과서’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안”이라며 “WHO 캠페인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자궁경부암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현재 시장 예측 대비 더딜 수 있다는 점은 변수”라고 말했다.

더불어 9월 들어 단기간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도 예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단기 차익 실현 물량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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