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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고물가에 ‘큰절’ 올리고 싶은 무한리필·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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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성시’ 가성비 점심


평일 점심시간, 서울 신촌에 있는 샤브샤브 샐러드바 ‘로운 샤브샤브’는 손님들로 붐볐다. 어린아이부터 직장인,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손님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손님 모두가 각자의 접시를 들고 얼갈이배추, 오이 등 샤브샤브 재료용 생채소를 담으며 오가는 와중이다. 이곳의 평일 점심 가격은 성인 1인당 1만9900원. 매장 안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이한솔 씨는 “합리적인 가격에 소고기 샤브샤브와 샐러드바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다른 식당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는 비용 생각하면 여러 가지 음식과 후식까지 제공하는 무한리필 집이 더 이득이다”라고 전했다. 로운 샤브샤브 관계자는 “최근 외식 고물가에 야채 고물가 현상도 이어져 많은 손님이 찾는다”며 “일반적으로 평일 런치에는 신촌점 매장 176석 중 70~80% 정도로 좌석이 채워지고 있고, 종종 웨이팅도 있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200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무한리필 식당과 중저가 뷔페 레스토랑이 외식비 상승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식사는 물론 디저트와 음료까지 해결할 수 있어 고물가 시대의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한때 파인다이닝(고급 레스토랑)에 밀려 외면받았던 이들 업종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관심 속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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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에 있는 샤브샤브 샐러드바 ‘로운 샤브샤브’ 매장 안.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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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뷔페 얼마나 인기길래?

샤브샤브·샐러드바·갈빗집 ‘호황’

과거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무한리필·뷔페는 2010년대 초까지 많은 인기를 누렸다. CJ푸드빌, 이랜드이츠,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들도 잇따라 무한리필·뷔페 브랜드를 내놓았을 정도. 하지만 외식 트렌드가 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넘어오면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뷔페를 찾는 고객은 대폭 줄었다.

그런데 최근 무한리필·뷔페 업계는 다시 호황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 뷔페·무한리필 음식점 이용률은 2022년 상반기(1~6월) 평균 대비 24.1%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 매출액에서도 확인된다. BC카드에 따르면 2020~2024년 국내 요식업종 가맹점에서 카드 매출액은 연평균 1.1% 증가, 매출 건수는 1.6% 감소했다. 전반적인 요식업종은 더딘 성장세를 보였으나 뷔페 업종은 매출액과 매출 건수가 연평균 8.9%, 10.2%씩 증가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개별 뷔페 브랜드의 매출액 상승도 이어졌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 ‘애슐리퀸즈’와 ‘로운 샤브샤브’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9%, 35% 상승했다. 한식 뷔페인 ‘자연별곡’ 또한 동기간 지난해 대비 32% 증가했다. 매장 수도 증가세다. 애슐리퀸즈의 경우 2021년 65곳에서 올해 93곳으로 크게 늘었다. 매장 수가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랜드이츠의 지난해 매출액은 3553억원으로 전년 2536억원 대비 40% 늘었고, 영업이익은 178억원으로 195% 증가했다.

이랜드이츠뿐 아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샐러드바 레스토랑 ‘빕스’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점당 매출 기준 연평균 약 35%의 성장세를 보였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올해도 주말 예약은 조기 마감되고 현장 웨이팅도 50석이 넘어가는 등 지속적으로 높은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고기류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고기 뷔페도 눈에 띄게 늘었다. 갈비 무한리필 전략으로 사세를 확장 중인 명륜진사갈비는 2022년 8월 브랜드 새 단장을 한 이후 지난해만 신규 가맹점 138개점을 출점했고, 올해 6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또 다른 고기 뷔페인 ‘도담갈비선생’은 2022년 4개 지점에서 올해 7개 지점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정해민 도담갈비 대표는 “김해시 상방동 본점 같은 경우 지난해 월평균 6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유지했으나 올해에는 7000만원까지 상승하는 등 지난해에 비해 전 지점의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무한리필·뷔페 인기에 힘입어 샤브샤브 프랜차이즈 ‘채선당’은 지난 5월 무한리필 바는 물론 프리미엄 고기까지 무제한 제공하는 ‘채선당 한가득’ 브랜드를 출시했다. 채선당 관계자는 “채선당 한가득은 올해 5월 출시 이후 현재 전국에 신규 출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뷔페의 인기에 최근 치킨업체 제너시스비비큐의 ‘BBQ치킨 부천은하마을점’은 전국 최초 BBQ 뷔페 매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치킨 뷔페는 평일 런치 기준 1인당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BBQ의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져 일시에 많은 고객이 몰린 탓에 뷔페 서비스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치킨 한 마리 세트 가격이 배달비 포함 3만원에 육박하는 터라 치킨 뷔페가 늘어나길 기대하는 반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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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뷔페 ‘도담갈비선생’은 2022년 4개 지점에서 올해 7개 지점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도담갈비선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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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원인은 “외식 물가 상승”

고물가 지속할수록 창업 매력도↑

무한리필·뷔페가 뜨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외식 물가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높아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무한리필, 뷔페식 음식점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현상이 2021년 6월 이후 4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외식으로 식사와 카페 후식까지 즐기면 2만원 가까이 나오거나 넘기도 하는 고물가 시대에, 뷔페식 음식점은 평일 점심 기준으로 1만원 후반대의 가격으로 식사와 후식까지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어 가성비 외식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무한리필·뷔페 창업은 매력적인 선택일까.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무한리필·뷔페 프랜차이즈의 평균 창업 비용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통상 40평 기준 2억원 내외 수준이다. 초기 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창업 실패 시 리스크도 큰 편이라는 평이다. 가맹본부에 지출하는 창업 비용에 더해, 넓은 매장만큼 임대료도 더 들고 홀과 주방의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전기료, 가스비, 시설·장비 유지비 역시 상당하다. 또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근로기준법, 세법 등에서도 적잖은 부담이 있다.

하지만 고물가가 지속할수록 창업 매력도는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당분간 고물가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창업 매력도가 높은 업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역시 무한리필·뷔페의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단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자잿값에 이용 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은 향후 변수로 지목된다. 가격이 핵심 경쟁력인데 가격 인상은 소비자 사이에서 민감한 이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무한리필이나 뷔페가 가성비 측면에서 낫다는 인식이 확산해 뷔페식 음식점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식자잿값이 급격히 오르는 추세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 손님들이 대거 떠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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