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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양치기가 또 늑대 불렀나? 이통3사 6G 백서 '현실과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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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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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이 6G의 윤곽을 그리기 시작하고 있다.[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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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G보다 50배 빠른 6G가 온다." 최근 통신사들이 하나둘씩 6G의 미래를 담은 백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상용화 시기는 2030년쯤으로 아직은 먼 이야기입니다만, 이통3사는 물론 정부에서도 6G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다소 생뚱맞습니다. '5G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상태에서 6G가 웬말이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 그럴 만합니다. 이통3사와 정부가 '4G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약속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 그러니 6G도 5G처럼 '반쪽짜리 기술'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청사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또 늑대를 소환한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과연 이통사들이 그리는 6G는 5G와 다를까요? 더스쿠프가 이통사들이 최근 발표한 '6G 백서'를 냉정하게 꼬집어봤습니다. 더스쿠프 視리즈 '이통3사 6G 홍보전의 함의' 1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후인 2025년에 6G 원천기술 개발을 완료하겠다. 2026년엔 6G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저궤도 위성통신을 운영하고, 6G 표준특허를 선점해 세계 최초로 '프리 6G' 서비스를 시연한다."

2022년 9월 28일 정부가 발표한 6G 미래 플랜입니다. 6G는 현재 이통3사가 서비스 중인 5G보다 한차원 높은 차세대 통신기술입니다. 2019년 4월 3일 밤 11시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것처럼, 6G 시장에서도 첫 테이프를 끊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습니다.

이런 정부의 의지에 이통3사도 부응해 하나둘씩 '6G 청사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SK텔레콤이 6G 개발 방향을 담은 '6G 백서'를 이통3사 중 처음으로 공개한 게 시작점이었습니다. 이 백서에선 6G 표준화에 필요한 핵심 요구사항과 기술 동향, 사용될 주파수 등을 다뤘죠.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SK텔레콤이 또 한차례 6G 백서를 공개했습니다. 골자는 향후 6G 시대에 인공지능(AI)이 통신산업에서 어떻게 쓰일지를 전망한 겁니다. SK텔레콤은 이번 백서를 통해 2030년께 6G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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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도 이에 질세라 일주일 뒤인 23일에 6G 백서를 공개했습니다. KT는 아직 감감무소식이지만, 두 기업에 이어 조만간 백서를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통3사가 백서를 공개하면서 가물가물했던 6G의 윤곽이 조금씩 잡혀 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이쯤에서 소비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6G는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5G보다 얼마나 빠를까요? 업계에선 6G가 5G보다 최대 50배 빠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5G의 이론상 최대 전송속도는 20Gbps로 1초당 2.5GB를 전송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6G는 이보다 50배 빠른 1000Gbps로 1초당 125GB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2.5GB짜리 영화 1편을 0.02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속도임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게, 현재 이통3사의 5G가 소비자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상용화 당시 정부와 이통3사는 입을 모아 '5G는 LTE(4G)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낸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이통3사의 전송속도는 평균 939.14Mbps으로 4G(178.93Mbps)의 5.3배 수준입니다. 5G 최대 전송속도(20Gbps)의 2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소비자 만족도도 높지 않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022년 발표한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의 5G 만족도는 23.0%에 그쳤습니다. 응답자의 55.0%는 서비스 불만족의 이유로 '4G와 비슷한 속도'를 꼽았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이통3사가 6G를 상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마뜩잖게 보일 만합니다.

그렇다면 6G 백서에서 이통사들은 무엇을 다뤘을까요. 이통사는 5G 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걸까요? 이 질문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 6G 백서 함의➊ 속도 = SK텔레콤은 이번 백서에서 6G 상용화를 위한 차세대 기술로 'AI와의 융합'을 꼽았습니다. 통신망 단계에서부터 AI 기술을 적용해 AI가 실시간으로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을 처리하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5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AI로 통신망을 최적화하겠다는 거죠.

LG유플러스는 백서에서 '비지상 네트워크(Non-terrestrial Network·NTN)'를 상용화를 위한 주요 기술로 들었습니다. NTN은 통신위성·무인항공기 등을 이용한 위성통신기술로, 기지국만으론 불가능했던 전지역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NTN을 도입하면 전국에 사각지대가 생기는 일 없이 6G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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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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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I든 NTN이든 현재로선 '보조' 역할에 불과할 뿐입니다. 6G를 상용화하려면 결국 전용 기지국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통3사가 6G 기지국 설치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이번에 내놓은 백서엔 기지국을 어떻게 지을 건지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 있습니다.

그러니 소비자로선 6G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이통3사가 5G 기지국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5G 상용화 당시 정부는 이통3사에 총 4만5000개의 28㎓ 기지국 설치를 요구했습니다. 5G가 제 속도를 내려면 현재 사용 중인 3.5㎓보다 대역이 높은 28㎓ 주파수를 써야 하니까요.

하지만 현재 이통3사의 기지국 수는 총 5059개로 정부가 요구한 수보다 턱없이 적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이통3사가 약속했던 28㎓ 기지국 수를 채우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이통3사의 28㎓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죠. 사실상 '진짜 5G'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셈입니다.

6G 상용화 때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6G가 5G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주파수를 써야 합니다. 업계에선 6G 상용화를 위해선 3.5㎓보다 훨씬 더 높은 테라헤르츠(㎔) 대역을 써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테라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쓸 경우 지금보다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훨씬 더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주파수는 대역이 높아질수록 장애물을 피해가는 '회절성'이 약해지고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아집니다. 그렇기에 6G가 상용화하려면 5G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합니다.

미래에 이통3사가 '최초 6G 상용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또다시 기대에 못 미치는 속도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5G 때처럼 '가짜 6G'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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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기지국이 확보되지 않으면 6G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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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성 네트워크나 AI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기지국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면서 "6G 기지국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재정적·기술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두 회사가 언급한 '보조기술'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LG유플러스가 주목한 위성통신이 대표적입니다. 6G 시대에선 위성통신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현재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위성통신산업이 크게 뒤처져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2030년까지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화하더라도 앞선 국가와 기술력을 따라잡긴 어렵습니다. 왜일까요? 이 부분은 '이통3사 6G 백서의 함의' 2편에서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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