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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사설] 러의 대북 군사 지원에 비례해 우크라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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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을 담은 위성사진에 대해 질문을 받고 “우리가 무엇을 하든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 병력을 보냈고,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 중 한 곳인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이 목격됐다는 보도도 현지 정보당국발로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번 파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ICBM 탄두 재진입 기술, 핵추진 잠수함 기술, 첨단 대공미사일, 신형 전투기 등을 받으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파병으로 받을 수억 달러의 돈도 결국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투입돼 우리를 겨눌 것이다. 이런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안보 포기나 다름없다. 북한과 러시아는 완전히 대놓고 우리 안보를 위협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적기에 실행해야 한다.

지금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용병과 포탄을 얻고 돈과 무기 기술을 주면서 한국의 반발은 위협적 언사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그럴 수 없다. 러시아에 우리가 당하는 만큼의 고통을 주지 않으면 러시아는 멈추지 않는다. 일단 우크라이나가 가장 원하는 천궁 등 대공미사일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 방어용 무기이고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지키는 장비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나 기술을 넘기는 정황이 확인되면 우크라이나에 공격 살상 무기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우리 군 장비의 화력과 정확성은 러시아가 잘 알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의 장기적 관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젠가는 끝나고 러시아와 다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러시아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만큼 대응하되 지나칠 필요가 없고 앞서갈 이유도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안보실장에게 우크라이나 북한군을 폭격해 대북 심리전에 이용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그것이 카메라에 찍혀 논란이 된 것은 부적절했다.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정부가 “전쟁을 조장”하고 “신북풍 몰이”를 하고 있다며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지금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총알받이로 파병하고 오물 풍선을 보내는 북한과, 이런 북에 군사 무기를 지원하려는 러시아다. 규탄을 하려면 북한과 러시아를 규탄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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