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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사설] 글로벌 중추 국가 시험대 될 ‘파병 도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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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6월 19일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둘은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이 담긴 냉전시대의 북러 동맹 조약을 되살리기로 합의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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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행위 금지한 유엔헌장 2조4항 정면 위배





푸틴엔 이미 ICC 체포영장, 북한도 문제될 소지





파병 증거 잇따라…국제사회와 긴밀 협력해야



우크라이나 정부가 처음 제기한 북한군 1만2000여 명의 러시아 파병 의혹을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이 공식 확인한 이후 입증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생생한 동영상과 위성사진 등이 쏟아지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북한군의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는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 외교부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가능성에 대해 협박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면서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대공방어 무기와 살상 무기 지원 등 다양한 선택지들이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국제법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파병으로 한 몸이 된 북·러의 행태는 유엔헌장과 국제법, 그리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행위는 무력 행위를 금지한 유엔 헌장 2조4항 위반이다. 유엔 총회가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여러 차례 채택한 이유다. 이런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해 침략을 방조하고 지원한 북한도 유엔헌장을 위반한 셈이 된다. 지난 6월 북·러 동맹 조약을 복원한 러시아는 유엔헌장 51조의 ‘집단 자위권’을 주장한다. 하지만 자위권은 침략당한 국가에 인정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는 인정될 수 없고, 침략자를 돕는 북한의 파병도 집단 자위권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북·러의 군사적 결탁은 국제범죄에 대한 처벌을 위해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다자조약, 즉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에 어긋난다. ICC는 전쟁범죄 책임을 물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지난해 3월 발부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를 범하면 군 통수권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ICC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과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유엔이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 1718호와 1874호에 따라 핵·미사일을 포함해 북한의 무기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2016년 이후 결의안은 더 포괄적이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컨테이너 1만3000개 분량의 포탄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보냈다. 유엔에서 철저히 따져야 할 심각한 제재 위반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심각한 고립과 누적된 경제난을 일거에 탈출하기 위한 위험한 도박이다. 하지만 파병이 북한의 제 발등을 찍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는 침략 전쟁에 강력히 반대하고 국제평화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면서 다양한 전술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일본·나토 등 우방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만 모든 카드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말고 러시아의 대북 첨단 군사 기술 지원 동향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지혜롭게 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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