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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인디언 정체성 말살' 기숙학교 과거사 공식 사과… 미국 역사상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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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강제 분리… 폭력적 동화·학대
약 160년간 만행에 최소 973명 사망
바이든, 사과 예고… "오래전 했어야"
"대선 의식한 표심 공략" 해석도 나와
한국일보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4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 도착해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 구성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피닉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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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00년대 초부터 160년 가까이 이어졌던 미국 내 '인디언 기숙학교'에 대한 공식 사과를 예고했다. 원주민 어린이들을 부모와 떼어놓고 기숙학교에 보내 정체성을 지우고, 학대를 일삼았던 과거 '강제 동화 정책'의 과오를 미국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 AP통신·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애리조나주(州) 피닉스 방문을 앞둔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을 하러 간다"고 말했다. 이어 "기나긴 시간 동안 우리가 원주민 아이들을 대했던 방식에 대해 인디언 공동체에 사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1819~1978년 아메리카 대륙·알래스카·하와이 인디언 원주민 어린이들을 기숙학교에 몰아넣었다. 인디언 어린이들은 기독교로 강제 개종해야 했고, 모국어를 사용하면 처벌받았다. 부모·공동체와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백인 사회에 끼워 맞추려는 강제 동화 정책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원주민들이 점유한 땅을 빼앗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해당 정책은 후대에 이르러 '원주민 정체성 말살'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학교 내 학대·방치가 판을 친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내무부가 지난 7월 실시한 조사 결과, 최소 1만9,000명의 인디언 어린이가 기숙학교에 입학했고 37개 주 417곳 이상의 학교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숙학교 내 학대 등으로 사망한 어린이는 확인된 수만 973명이다. 강제 입학을 당한 일부 원주민 생존자는 "가족과 억지로 떨어지면서 연이 끊기는 바람에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겪었고, 학교에선 성적·신체적 학대가 만연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사과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무부의 '공식 사과' 권고를 수용함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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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찾은 뎁 할런드(왼쪽 세 번째) 미국 내무부 장관이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다. 피닉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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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기숙학교' 역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과는 처음이다.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 장관직을 맡은 뎁 할런드 내무장관은 "100만 년이 지나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바이든의 사과는) 내 인생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사과가 내달 5일 대선을 의식한 '처세'라는 해석도 있긴 하다. NYT는 "애리조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얻는 데 중요한 경합주 중 한 곳"이라며 "애리조나주 인구의 6% 이상이 원주민"이라고 짚었다. 희생자 유해 반환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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