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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HBM의 질주… SK하이닉스 영업익 7조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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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부진속 AI 열풍에 수요 급등

HBM 매출 1년새 330%나 늘어

반도체 초호황기 실적 뛰어넘어

“수요 견고, 내년에도 수익 개선”

동아일보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을 찾은 관람객이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살펴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성장에 힘입어 24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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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PC나 모바일 수요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타며 반도체 초호황기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한 것이다.

24일 SK하이닉스는 3분기(7∼9월) 매출 17조5731억 원, 영업이익 7조300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자와 법인세 등을 차감한 당기순이익도 5조7534억 원을 올렸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매출은 기존 최대치였던 2분기(4∼6월) 16조4233억 원을 1조 원 이상 웃돌며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 원, 순이익 4조6922억 원)를 넘어섰다. 증권가 전망치(6조7628억 원)도 4%가량 상회했다.

● ‘팀 엔비디아’ 효과…영업이익률 40%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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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눈부신 실적은 AI 수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부진하지만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 반도체 생태계에 주요 플레이어로 등극한 효과가 이를 모두 상쇄시킨 것이다.

실제로 개발은 어렵고 수율은 떨어져 부가가치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70%,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늘었다. SK하이닉스는 3월 5세대 HBM(HBM3E) 8단 제품 양산을, 지난달 12단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30%로 늘었고, 4분기(10∼12월)에는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HBM이 포함된 SK하이닉스 D램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부가가치 낸드 제품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매출도 전 분기 대비 20%, 전년 대비 430% 증가했다. 매출 중 eSSD가 차지한 비중이 60%를 넘겼다. 수익성 높은 eSSD에 집중한 덕분에 낸드 매출은 소폭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수익성은 개선됐다.

고부가 반도체에 집중한 결과 3분기 SK하이닉스는 제조업에서는 보기 힘든 40.0%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 중인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2분기(5∼7월) 61.9%의 영업이익률을, ‘팀 엔비디아’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대만 TSMC는 3분기 47.5%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투자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팀 엔비디아’ 기업들은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는 한 차원 다른 높은 이익률로 실적 랠리를 이어가는 것이다.

● 내년에도 공고할 기술 리더십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리더십을 내년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엔비디아와 내년 HBM 공급 물량과 가격 협의를 마친 상황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예정돼 있다. 또 JP모건 등 일각에서 제기한 HBM 공급 과잉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BM 신제품 개발 난도가 증가하고 수율은 낮아지는 점과 고객 인증 여부를 감안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AI PC, AI 스마트폰 등의 출시가 늘며 PC와 모바일 시장 수요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기 자체에 AI를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AI’ 제품이 늘며 고성능·저전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D램보다 더 많은 웨이퍼를 소비하는 HBM 생산에 메모리 제조사들이 주력하는 상황도 메모리 공급 측면에서 유리하다. HBM4 등 차세대 HBM은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하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도 기술력으로 떨쳐 낸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우현 담당(부사장)은 “중국 메모리 제조사의 공급 증가로 범용 제품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후발 업체들은 기술력과 제품력 측면에서 여전히 기존 업체들과 큰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거래일 대비 2200원(1.12%) 오른 19만82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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