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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서방 제재 속’ 푸틴, 브릭스서 달러 대항 시스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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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회원국, 금융 협력 강화에는 공감대

브릭스 단일통화나 가상통화 사용에는 합의 못 해

경향신문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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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제재를 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서방국가 원수들에게 달러 패권에 맞설 새 경제·금융 시스템 구축을 호소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새 결제 체제 구축에 공들여왔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스푸트니크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달러 이용은 달러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큰 실수”라면서 “우리는 달러를 거부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지만, 달러와 함께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국가들의 새로운 투자 플랫폼과 곡물 거래소 등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 경제를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 등에 재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의 95% 정도가 루블화와 위안화로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의 각종 제재로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는 러시아로서는 대안 시스템이 절실하다.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하면서 국제 무역과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의 견제를 받는 중국의 시 주석도 “브릭스 국가가 주도적 역할을 발휘해 재정·금융 협력 심화와 금융 인프라 상호 연결 촉진, 높은 수준의 금융 안보 수호, 신개발은행(NDB) 강화에 나서고 국제 금융 시스템이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를 더 잘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머리 부상으로 인해 화상으로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브릭스 국가들만의 대체 결제 수단을 만들 때가 됐다고 힘을 보탰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푸틴 대통령의 우군 과시와 서방 제재 무력화 선언 성격이 강하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시작과 함께 브릭스 국가 간 금융 협력 심화를 논의하자며 실질적 성과 달성에 공을 들였다. 브릭스 국가의 정상들은 회의 후 ‘카잔 선언’을 채택하면서 새 투자 플랫폼과 곡물거래소 창설 계획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 브릭스 국가 간 무역 절차를 단순화하고 금융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러시아가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해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던 브릭스 단일통화나 가상통화 사용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강력한 달러 패권 체제와 브릭스 국가 간의 이견을 고려할 때 푸틴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화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브릭스가 지나치게 반 서구적으로 변하는 것을 경계하는 인도의 입김도 이런 배경 중 하나다.

범유럽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의 아가테 데라마이스 연구원은 BBC에 “현 단계에서는 브릭스 금융 시스템의 광범위한 개발과 채택을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세계 통화 환경에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은 무역 거래와 외환 보유고에서 확고하고, 전 세계 무역 거래의 80% 이상이 미국 달러로 이뤄지며, 이는 중앙은행 준비금의 거의 60%를 차지한다”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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