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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로봇이 온다

아이언맨 영화가 현실로…장애인 스스로 착용하고 걷는 꿈의 로봇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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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철 KAIST교수 연구팀, 차세대 로봇 '워크온슈트 F1' 공개
장애인 스스로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 기술 첫 구현
한국일보

김승환 연구원이 24일 대전 엔젤로보틱스 선행연구소에서 웨어러블 재활로봇인 워크온슈트 F1을 입고 걷고 있다. 대전=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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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완전마비로 휠체어에 앉은 김승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연구원이 버튼을 누르자 로봇 다리가 성큼성큼 그의 앞으로 다가간다. 김 연구원이 두 발을 로봇에 끼워 넣자 로봇이 스스로 무릎을 굽힌 뒤 "착" 소리를 내며 김 연구원의 다리에 저절로 착용됐다. 이후 로봇 다리는 김 연구원의 몸을 일으킨 뒤 "시작"이라는 안내음과 함께 앞으로 저벅저벅 걷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주인공 아이언맨이 착용한 슈트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공경철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신형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워크온슈트 F1(WalkON Suit F1)'이다. 연구팀은 24일 오전 대전 엔젤로보틱스 선행연구소에서 워크온슈트 F1을 처음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장애인이 스스로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다른 사람의 보조를 받아야만 착용할 수 있었던 기존 재활로봇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완성하는 데는 김 연구원의 역할이 컸다. 사고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그는 워크온슈트 F1의 하드웨어 개발을 시작한 2023년 1월부터 연구를 함께 했다. 연구팀은 그의 피드백에 따라 착용 방식부터 착용 후 고정 방법 등 실사용자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구현했다. 김 연구원은 “처음 로봇을 입었을 땐 걷는 방법조차 생각이 잘 안 났지만 몇 걸음 시도하니 상체에 오는 진동으로 걷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로봇이 스스로 균형을 잡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착용 과정에서 로봇이 쓰러지는 사고를 방지하고, 사용자가 로봇을 착용한 뒤에도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워크온슈트 F1은 보통 사람의 보행과 비슷한 시속 3.2㎞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박정수 카이스트 연구원은 “장애인들 입장에서 실제 착용 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정지해 있다가 일어나서 걷기 시작하는 단계인데 이 과정을 안정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도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에서 김 연구원은 땅에 떨어진 물건을 직접 줍거나 음식을 써는 등 고도의 균형감각이 필요한 작업도 너끈히 해냈다.

워크온슈트 F1이 균형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건 발에 달린 6채널 지면반력 센서 덕분이다. 센서를 통해 균형이 깨질 경우 로봇이 스스로 몸을 기울여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로봇에 달린 비전인식 및 신경망 구현 인공지능(AI) 제어 보드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균형을 유지한다. 국산 고출력 토크모터가 달린 12자유도의 로봇다리 덕분에 옆으로 걸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기존 재활로봇들은 옆으로 걸으려면 손으로 다리 방향을 바꿔야 했다. 자유도란 로봇이 얼마나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표현하는 지표로, 휴머노이드 로봇 다리는 대체로 6자유도 정도다.
한국일보

공경철(왼쪽)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승환(가운데) 연구원, 박정수(오른쪽) 연구원이 24일 대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전=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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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온슈트 F1 하드웨어에 숨을 불어넣은 건 AI 학습이다. 초반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한 물리적 공간에서 걷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강화학습을 했다. 여기까지는 휴머노이드의 학습과 비슷하지만, 워크온슈트 F1은 이후 실제 장애인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움직임을 학습해 맞춤형 로봇으로 진화했다. 김 연구원이 지난 약 3개월간 로봇을 착용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로봇의 움직임도 더 부드러워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달 27일 열리는 제3회 사이배슬론 경기에 출전해 워크온슈트 F1의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이배슬론은 장애인 보조 로봇 개발을 위한 대회로, 장애인이 직접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의 경주를 한다. 공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은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한 신체 보조기기이면서 동시에 신체에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라며 “향후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의 동작을 발전시키는 중간자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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