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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단독] "北, 러에 10대 초짜 파병...총알받이로 팔아넘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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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되는 북한군에 대해 대부분 입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0~20대 ‘초짜’ 병력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파병을 감행하면서도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셈이 드러난 셈이다. 이른바 ‘고기 분쇄기’로 불리는 러시아식 인해전술에 상당수 청소년인 이들이 결국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중앙일보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또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아스트라는 해당 영상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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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병력은 빼놓고…미성년자 상당수 포함 가능성



24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정보본부는 현지에서 입수한 영상과 정보를 분석해 이 같은 중간 판단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입영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군인들이 (러시아 파병에서) 주류를 구성한 병력 구조”라며 “숙달된 베테랑 병력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0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오는 12월까지 파병 규모가 모두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파악된다는 게 국방정보본부의 판단이다. 북한군 징집이 17살부터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선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2005~2007년생 청소년이 상당수 포함됐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로 향한 병력이 허울뿐인 특수부대일 가능성도 커진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외신과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체격도 왜소하고 얼굴도 앳된 거 같다’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특수작전군 예하)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11군단 위주라고 정부에서도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과연 그 병력인지 아니면 다른 병력을 대체해서 옷만 바꿔 입었는지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어린 주민 희생으로 갖가지 이득



군 안팎에선 김정은이 숙련된 병력의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초짜 병력을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밀착 행보로 이득을 챙기는 와중에 북한군 본진의 전력 유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미다.

국가정보원은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약 277만원) 수준이라고 추정한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위성이나 핵잠수함, 첨단 무기 기술를 이전받을 가능성도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징집된 지 얼마 안 된 병력의 경우 전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상대적으로 통제가 수월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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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보급품을 수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 [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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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이들 북한군을 사실상 ‘총알받이’로 세울 태세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군 사상자는 하루 평균 1271명으로, 개전 이후 최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쿠르스크 탈환과 돈바스 등 동부 전선 우세 확보를 위해 공세를 강화하면서다.



러시아, 북한군 ‘고기 분쇄기’로 떠밀 것



실제 정부는 1차 파병된 북한군이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20일 김수경 통일부 차관) 인해전술의 양상을 띠는 해당 전장을 놓고 뉴욕 타임스(NYT)는 러시아가 ‘고기 분쇄기’에 군인들을 밀어 넣는 전쟁 수행 방식을 채택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고기 분쇄기의 이런 희생양 역할을 북한군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 역시 "(러시아 전장에 동원된 북한군은)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며 "김정은이 자기 인민군을 불법 침략 전쟁에 팔아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말이 파병이지, 파병이 아니라 용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게 김 장관의 의견이다. NYT 역시 “푸틴이 자국민의 대규모 희생으로 인한 국내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용병(mercenary)에 손을 뻗었다”고 표현했다.

정부는 관련 행보가 체제 유지에 집착하는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22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NSC 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주민들의 민생과 인권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 정권이 급기야 북한 청년들을 러시아의 용병으로 명분 없는 전쟁터로 내몰고 있는 것은 스스로 범죄 집단임을 자인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방도를 동원해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을 어떻게 갈취하고 있는지 북한 주민들에게 적절히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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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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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에 앞서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규탄 및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 협력 촉구 결의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전투병 파병이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기 전 국제여론의 압박을 유도해서 파병의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교·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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