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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국정 상실의 시대…‘대통령’은 안 보이고 ‘김건희 남편’만 보인다[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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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논란에 ‘철벽’ 친 윤 대통령

경향신문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하는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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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해”
윤, 여사 문제 온정적 대응
참모진·당도 나설 수 없어

여사 ‘국정 간여’ 의혹 확산
당정 관계 훼손 등 리스크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논란에 대해 ‘철벽’을 치고 있다. 김 여사 문제가 아킬레스건이 되면서 민심 이반, 당정 관계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국정 동력 자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대통령이 아닌 남편으로서 온정적 태도로 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참모들도 나설 수 없게 된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참모들은 김 여사 문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김 여사 사과, 대외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은 모두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실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유학을 간다거나 국정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그걸 참모들이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정부의 최대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부 금슬이 좋다는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버리는 그림이 나오면 지지율이 오르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 공적으로 대응한다는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KBS 대담에서 “(명품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 같은 인사를)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고 했다. 지난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선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다. 표현은 사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읽힌다. 남편으로서의 대처인 셈이다.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확산했다. “우리 남편은 바보”(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 “저에 대한 관심이 끊어지면 남북 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최 목사 면담 녹취록) 등 김 여사 발언들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제기한 강혜경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윤 대통령은 시야가 좁은 ‘무사’, 김 여사를 두고는 그의 어깨에 올라탄 ‘주술사’에 비유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 여사 문제는 부인할 수 없는 여권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 윤·한 1차 갈등은 지난 1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저격했던 시점에 발화됐다. 이번 2차 윤·한 갈등도 한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해 김 여사 라인 인적쇄신 등 3대 요구를 내놓으면서 심화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김 여사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정 동력은 빠지고 있다. 한 친한동훈계 인사는 “김 여사 문제가 해결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문다혜씨 논란도 반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사 때문에 이런 문제들도 결국 묻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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